꽃에 관해선 알고 있던 이름이
빗나가는 경우가 있다.
도봉산을 처음 찾았을 때도
같은 일을 겪었다.
내가 여지껏 알고 있던 철쭉이
철쭉이 아니었다.
도봉산에서 비로소
철쭉을 만난 셈이 되었다.
도봉산에 처음 간 날,
계곡쪽으로 들여놓은 걸음 중에
철쭉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색은 크게 다른 꽃을 만났다.
이 꽃은 도대체 무엇일까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여지껏 철쭉으로 알고 있었던 꽃은
정확히는 산철쭉이고
이 연분홍의 꽃이 바로 진짜 철쭉이라고 했다.
도봉산 철쭉이 팔을 벌리고
바로 이 몸이 철쭉이야 라고 하신다.
색이 연하면서도 곱다.
둘이 등을 맞대고 있다.
계곡 쪽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5월초가 철쭉의 철인 듯 싶다.
나무 열매인가를 목걸이로 해건 철쭉도 있었다.
그냥 꽃만으로도 충분히 예쁜데
목걸이 장식까지 할거야 있겠나 싶기도 했다.
아마 바람이 강제로 떠맡기듯 선물하여
어쩔 수 없이 받았을 것이다.
5월초에 갔을 때는 위로 올라갈수록 뜸해지고
내려오다 다른 길에서 다시 만났다.
이미 지는 꽃이 간간히 보일 정도로 활짝 피어있었다.
꽃도 이렇게 무더기로 반겨줄 때면 왁자지껄한 느낌이 난다.
열흘쯤 뒤에 하늘빛이 하도 좋아 다시 도봉산을 찾았다.
산어귀에서 나를 반겨주었던 철쭉은 이제 지고 있었다.
지는 꽃은 슬프지만 딱히 슬퍼할 일은 아닌 듯싶다.
꽃이야 항상 내년이 기약되지 않는가.
조금 올라가니 아직 꽃이 남아있다.
나 아직은 건재해라며 나를 반겼다.
이 녀석은 반갑다고
두 팔 번쩍 들고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열흘 전에 왔을 때는
산어귀에서 많이 마주했는데
열흘 뒤에 오니 올라갈수록 만남이 잦아진다.
보문능선의 바위 사이에서 만난 철쭉은
한참 동안 시선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삶을 꾸리는데는 힘들었겠지만
푸른 하늘과 잘 어울려 보였다.
밑에선 졌지만 산정상 부근에선
이제 막 철쭉이 봉우리를 활짝 열고 있었고
몽우리도 많이 보였다.
시간따라 철쭉이 산정으로 걸음하며
계절이 오고 또 계절이 가나보다.
올해 처음으로 도봉산에서
철쭉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며 철쭉을 만났다.
6 thoughts on “도봉산 철쭉”
아… 이 꽃… 철쭉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인데…ㅋ
연분홍빛이 정말 우아하고 단아한 느낌이지요.
맞아요… 이게 진짜 철쭉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지요.
앞서 산철쭉이라고 한 건 … 우리 동네에서는
개진달래 혹은 개참꽃이라고 해요.
진달래와 거의 같은데 색이 더 진하게 붉고 독성이 있지요.
(철쭉이라 잘못 알려진…ㅋ )
진달래철을 놓쳤다고 생각하고 서운한 마음이 있었는데
올해 진짜 철쭉을 만났지 뭐예요.
개참꽃은 진달래와 철이 겹치질 않는데
철쭉은 진달래와 철이 살짝 겹치면서 오고 가더군요.
제 느낌엔 철쭉이 산철쭉보다 꽃이 조금 커 보였던 것 같기도 한데요.
그래도 이름이 크게 다르지 않아 둘을 혼용해 불러도 무식하단 말은 안 듣겠네요.^^
도봉산은 산철쭉은 거의 보이질 않는 것 같더라구요.
이 산에 가서 꽃을 아주 다양하게 봤어요.
열흘 정도 단위로 꽃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듯해서
열흘마다 가면 그때마다 새로운 꽃들과 놀다 올 수 있는 듯 싶더라구요.
우리야, 뭐, 모두다 철쭉이죠.
저도 철쭉과 산철쭉에 대해 이번 봄에 처음 알았네요.
동네마다 심어놓은 철쭉이 산철쭉이었고
산에 되는대로 피어있는 애들이 철쭉이었다니..
저는 이 철쭉을 가리산에서 처음 봤거든요.
그 뒤로 진달래만 쳐주던 버릇 싹 고쳤어요.
철쭉 참 이뻐요..^^
산철쭉의 색은 좀 자극적인 것 같은데..
철쭉의 색은 은은해서 좋은 거 같아요.
진달래보다 더 온화한 느낌이랄까.
이 날 사실 늦게나마 진달래도 많이 봤지만요.
내년에는 5월초에 잊지말고 철쭉보러 다시 도봉산에 가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