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도봉산에 갔다가
팥배나무를 많이 만났다.
사실 나같은 사람은 나무에 대한 지식이 없어
꽃이 없으면 나무를 제대로 알아보기가 어렵다.
올해는 꽃이 피는 철에 찾아
팥배나무와 쉽게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흰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으면 예외없이 팥배나무였다.
팥배나무는 열리는 열매는 팥처럼 작은데
꽃은 배꽃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나무의 꽃이 산사나무와 흡사하여
나는 처음에는 그만 이를 산사나무로 착각을 하고 말았다.
꽃이 대개 뭉쳐서 핀다.
무리짓기를 좋아하는 꽃같다.
녹음이 짙어질 때쯤
흰색으로 피기 때문에
눈에 잘 띈다.
나무는 큰 것은 아주 크다.
사진에선 잘 구별이 안되지만
실제로는 흰꽃 때문에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내려온 햇볕이
그늘 속에서 팥배나무 꽃을 발견했다.
향기는 밤꽃 향내와 비슷하다.
아직 밤꽃이 필 때는 아닌데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했었다.
이렇게 보면 이 꽃도 다 같은 팥배나무 꽃인가 싶다.
간간히 유난히 예쁜 모습을 선물해주곤 했다.
가지를 아래쪽으로 내려
독특하게 포즈를 취해준 꽃도 여러 차례 만났다.
사진을 아는 꽃 같다.
한창 꽃이 핀 나무를 마주하면
나무 전체가 온통 하얗다.
사실 몇년전에 이 나무의 꽃을 한번 본 적이 있다.
그런데도 처음엔 이름을 착각하고 말았다.
꽃이 하도 흡사하여 꽃을 보곤
팥배나무와 산사나무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가 않은 듯하다.
올해는 팥배나무 말고도
도봉산에서 꽃들과 처음 맺은 인연이 많다.
가을쯤 팥배나무 열매가 익을 때
다시 한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봄에 꽃으로 시작한 인연을
가을에 빨간 열매로 마무리하고 싶다.
2 thoughts on “도봉산 팥배나무”
사진을 아는 꽃이기도 하지만, 꽃을 아는 사진이라고 불러드리고 싶네요.^^
올봄 도봉산이 털보님에게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선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iami님께 감사드려야 할 듯.
블로그에 실린 도봉산 사진보고
여기 한번 가봐야 겠네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계곡도 우이동쪽보다 더 좋은 느낌이더라구요.
등산로가 많아서 앞으로도 몇번 더 가야할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