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의 연인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9월 4일 서울 뚝섬의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이
강변에서 사진을 찍는다.
더 이상 카메라는 필요 없다.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틈만나면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냥 스치고 지나갔을 한강변에서의 사랑을
핸드폰이 잘 담아서 고이 간직해준다.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다만 두 사람은
그들의 사랑을 핸드폰에 담는데 여념이 없어
둘의 사랑 얘기를 기대하며
그들의 발밑으로 몰려들어 귀를 세우고 있는
한강의 물결은 보지 못하는 듯 싶었다.
어떤 사진도
연인들이 한강에서 사랑을 얘기할 때
물결마저도 귀를 기울여 주었던 추억을
넘어설 순 없다.
물결 앞에서 사랑을 속삭이면
물결은 그 사랑의 얘기를 귀에 담고 서해로 흘러간다.
서해로 흘러간 물결은
바다를 떠돌다가 증발되어 대기 중으로 올라가
구름으로 지상을 떠돈다.
구름이 된 물결은
결국은 빗줄기를 타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다.
그러면 비오는 날,
한강의 연인이 그 비를 바라보며 창가에 마주 앉았을 때,
어느 날 자신들이 속삭였던
한강변의 사랑 얘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놀랍지 않을까.
핸드폰은 두고두고 간직할 순간은 새겨주지만
사실은 온 자연이 그들의 사랑에 귀를 기울이는
놀라운 순간을 가져가 버렸다.
편리하게 얻는 사진 한장으로
정작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4 thoughts on “셀카의 연인

  1. 저는 사진에 자전거 두 대와 2인용 한 대가 나란히 있어서 둘이 타고 왔다가
    각자 타거나, 아니면 그 반대 얘길 하시려는지 말았어요.^^
    어디 갔어? 나머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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