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선 길을 달려가지만
바다에선 길을 헤쳐가야 한다.
달려가는 길은 있는 길을 가는 것이지만
헤쳐가는 길은 보이지도 않은 길을 가는 암담한 길이다.
우리를 싣고 묵호항을 떠난 배는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은 바다 위에서
용케도 물결을 헤쳐 길을 찾아내고
그 길로 세 시간을 달렸다.
떠날 때, 배는 울릉도 도착 한 시간 전에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비록 묵호항을 떠나지만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가봐야 안다는 얘기였다.
울릉도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섬이 아니었다.
울릉도 도착 한시간 전입니다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나자
배의 창으로 울릉도가 보였다.
제주에 갈 때는 선상에서 제주를 마주할 수 있었는데
내가 탄 울릉도행 배는 밀폐된 배였다.
나는 뱃속에서 한 시간 거리의 울릉도를 볼 수밖에 없었다.
세 시간 동안 바다 위에서
동쪽으로 길을 헤쳐온 끝엔 만난 울릉도였다.
나는 울릉도를 그렇게 처음 대면했다.
풍경으로 우리들을 맞아주는 곳은 드물다.
대개는 도착한 뒤에
풍경을 찾아 돌아다녀야 한다.
그러나 울릉도는 항구로 들어갈 때
이미 우리들을 풍경으로 맞아주고 있었다.
울릉도의 풍경에 대한
어떤 신비한 예고와도 같았다.
울릉도에서 그 예고는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2 thoughts on “울릉도와의 첫대면”
울릉도의 산세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도착 한 시간 전에 입항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니, 접근 자체도 만만치 않네요.
섬에 가까워질수록 두근두근 바운스바운스 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 정착하기 쉽지 않았겠다 싶었습니다.
한 시인이 울릉도를 만든 것은 화산이 아니라
그곳에서 산 사람들이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실감나게 들리더라구요.
나오던 날 들었는데 포항서 오던 배가
울릉도에 접안을 못해 오다가 돌아갔다고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