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의 강변으로 길이 나 있다.
신호등 없이 차들이 맘껏 속도를 내곤 하는 길이다.
사람들은 건너다니지 못한다.
길을 건너가려면
길의 아래쪽 어딘가에 있는 지하도를 찾아야 한다.
강은 가끔 안개를 일으켜
그 길을 안개로 덮어놓곤 했다.
안개가 짙은 날이면
거침없이 속도를 내던 그 길이
바로 눈앞으로 급격하게 그 길이를 줄였다.
그런 날의 우리는
길이 앞으로 계속 뻗어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눈이 앞서 나가지 못하면
길은 아무리 뻗어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눈은 길의 끝으로 먼저가서
차가 빨리 달려도 되는지를 살폈고
그 다음에야 차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속도는 길만으로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속도를 끌고 가는데는 눈도 크게 한몫했다.
우리는 눈이 앞을 확신하지 않으면
밀고 가면 끊임없이 뚫리는 안개의 길에서도
마치 보이지 않는 위험이
그 안개의 뒤쪽에 숨어있다
갑자기 달려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양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안개가 낀 날은 실질적으로는
안개가 길을 지운 날이었다.
안개는 길을 지웠다가
우리들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딛으면
그만큼만 지웠던 길을 내주었다.
길은 안개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풀려나왔다.
2 thoughts on “안개와 길”
안개 두껍게 낀 날 정말 운전하기 힘들죠. 몇 년 전에 안성에서 모임을 마치고
한밤중에 올라오려고 길을 나섰다가 5분도 못 가 도저히 안 되겠길래 식겁하고
다시 돌려 기어가서는 다음날 새벽에야 움직인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 5m 앞이 안보이는 안개가 있더라구요. 오래 전에 미시령에서 경험했었죠.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은 서울도 자주 안개가 끼는 것 같아요. 산에 가서 경험하는 안개는 좀 신비감이 있어서 괜찮은데 길의 안개는 약간 두려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