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논밭은 작은 풀들로
엷게 덮여 있을 때가 많았다.
봄농사의 시작은
그 논밭을 갈아엎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아마도 그곳이 논밭이 아니었다면
나는 봄에 온갖 잡초들이 푸르게 고개를 내밀 때
땅도 기지개를 켜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 논밭일 때면
나는 좀 생각이 달라졌다.
논밭은 봄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땅을 갈아엎을 때 비로소 깨어났다.
땅의 잠을 깨우는 것은
언제나 농부의 쟁기질이었다.
논밭의 땅은 쟁기가 지나갈 때
몸을 뒤채며 긴 잠에서 깨어났다.
논밭이 아닌 곳의 땅은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 없어
풀들이 싹을 내밀 때 그에 기대어 잠을 깼으나
논밭에선 직접 몸을 뒤채며 잠을 깰 수 있었다.
모두가 농부의 덕이었다.
땅은 논밭이 되었을 때
비로소 봄마다 잠에서 깰 수 있었다.
2 thoughts on “봄농사의 시작”
저절로 튀어나오든, 사람이 일일이 갈아 엎든, 기계가 한꺼번에 엎든
모두 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야 꽃을 피우든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까
새삼 참 소중한 일이란 생각이 드네요.
정작 시골 살 때는 무심하게 봤었는데 오래 간만에 지나가다 봄날에 갈아엎어놓은 논을 보니 이제 땅이 기지개를 켜는 구나 싶더라구요. 자연과 농사는 익숙할 때 오히려 잘 몰랐다 싶기도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