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로 엮은 사랑 연서 다섯번째

비가 그치고 나서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을 들여다보면 아름답긴 하지만
아울러 안타까움이 함께 한다.
바람이 많고 햇볕이 좋으면
빗방울이 금방 사라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을 곰곰히 곱씹어 보다 이번 사랑 연서를 엮었다.

Photo by Kim Dong Won

간밤에 빗소리가 밤새 창문을 두들기더군요.
빛이 아침을 열어주기가 무섭게
밖으로 나갔습니다.
당신이 왔더군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온통 아침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사람들이 말하더군요.
사랑은 영원한 거라구.
그렇게 영원히 당신을 이 아침의 느낌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정말 사랑은 영원한 걸까요.
쨍한 햇볕이 그 무성한 나뭇잎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면
그때부터 나는 조바심입니다.
이제 당신은 곧 사라지고 말테니까요.

Photo by Kim Dong Won

쨍한 햇볕에 당신을 내놓고
머지 않아 사라질 당신을 지켜보아야 할 내 심정은
당신을 만나게 해주었던 세상의 아침이 싫기만 합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때로 당신을 보내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그늘로 당신을 덮어 안간힘으로 당신을 붙들어 봅니다.
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죠.
어떤 발버둥도 당신을 내 곁에 영원히 둘 수 없을 테니까요.

Photo by Kim Dong Won

아침에 당신을 만난 기쁨이 내 운명이라면
이렇게 당신을 보내는 것도 정녕 내 운명인가요.
운명처럼 숙명처럼,
그렇게 당신은 내게 왔다가,
그리고는 가버립니다.
이럴 때면 사랑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그저 속절없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오늘밤,
또 밖에 비오는 소리가 가득하군요.
세상의 나뭇잎들이 온몸으로 빗줄기를 뒤집어 쓰고 있겠죠.

Photo by Kim Dong Won

아침 햇살이 한밤 내내 드리웠던 어둠의 장막을 걷어냈을 때
황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죠.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어제처럼 빛나고 있었죠.

Photo by Kim Dong Won

당신께 약속하겠어요.
이제 떠나는 당신을 슬퍼하지 않을 겁니다.
사랑이란 어제의 그 느낌으로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 그리고 매일 매일 새롭게 부활하는 것이란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생을 마감한 장미꽃도 이제는 슬프지 않습니다.
대신 이제부터는 내년 봄의 화려한 만남을 한해내내 꿈꿀 겁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사랑하는 당신,
당신은 매일 사라지면서
사랑이 오늘의 영원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부활이란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사랑은 매일매일 부활합니다.
아마도 죽어서 다시 산다는 그 전설의 새는 불새가 아니라
혹 물새는 아니었을까요.
그 부활의 뜨거움을 전설 속에 녹이느라
물새의 물대신 불이란 말만 잠깐 빌린 것은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당신의 사랑은 잉태하는 사랑입니다.
당신의 속엔 그 잉태의 자궁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곳에 매일매일 새롭게 잉태되는 당신의 사랑이 그득한게 분명합니다.
나는 오늘 당신을 보내면서
새롭게 올 당신을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는 여느 때와 달리 당신을 보낸 서글픔이 아니라
내일의 당신을 생각하며 설레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4 thoughts on “빗방울로 엮은 사랑 연서 다섯번째

  1. 문득 일하다 작년 7월20일엔 뭘 했나 싶어 블로그에 들어와봤더니
    빗방울로 엮는 사랑연서를 쓰고 있었네.
    그때도 지금처럼 비가 온 다음이라 물방울로 사랑을 엮을 수 있었던 것 같으네.

    오늘은 빗방울로 엮는 사랑연서 씨리즈를 다시 읽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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