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생각하면 그에 어울리는 계절은 항상 버릇처럼 가을이 되지만
책을 읽는데 계절이 따로 있을 수 있을까 싶다.
7월 19일 오후, 종로의 도심에 위치한 대형 서점들은
아이들이 방학을 맞은 탓인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제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떠나
책을 읽는 공간이기도 한 것 같다.
반디앤루니스가 지하철에 내건 광고 문구를 보면
사람들이 서점에서 서 있는 시간은 평균 55분이라고 한다.
상당히 긴 시간을 책들 앞에서 서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서점을 둘러보니 정말 책을 들고 그 속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바닥에 주저없이 엉덩이를 깔고 앉아
더욱 깊이 책 속으로 시선을 묻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른 무엇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는 흔히 아름다움하면 꽃을 떠올리지만
사람의 손에 책이 들리는 순간 그 사람의 아름다움이 꽃을 훨씬 앞선다.
아마도 그것은 책이 곧 삶의 깊이를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여름을 넘기면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운 대열에 동참했으면 싶다.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은 조용하다.
조용히 깊어진다.
도심의 한가운데 이런 고요한 평화로움이 있다는 것은 믿기질 않는다.
곁을 지나는 사람도 고요해진다.
사람들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보게 되는 신비이다.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
그들은 등을 맞대고
자신의 책속에서 제각각 깊어간다.
하나하나 보면 제각각이지만
그들 모두를 묶어 한 시선에 담아보면
그들 각각의 깊이가 하나의 꽃으로 피어나는 느낌이다.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
배움에는 끝이 없다.
(영풍문고 종로점)
사람들은 손에 책을 들고
조용한 섬을 이루고 있었다.
주변이 온통 바다처럼 깊고 고요했다.
하긴 그 깊이에 있어 어느 바다가 책의 바다를 따를 것인가.
(영풍문고 종로점)
아이는 책을 통하여
멀리 지금은 지나가 버린 공룡의 시대로 날아간다.
그러니까 아이는 지금 수억년 전의 세계로 여행 중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면벽 수행이 따로 있을까.
비록 벽을 마주했으나
그 벽이 책으로 되어 있으니
그 속에 문이 있지 않을까 싶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숟가락 달그락 거리는 소리는 전혀 없다.
찌게의 보글거림이나 그것이 풍기는 냄새도 없다.
오직 조용한 정적만 이들을 감싸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식사 중이다.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지 않던가.
풍성한 양식을 차곡히 쌓아올린 그들의 식탁은 풍성하기 이를데 없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소리는 괜한 소리가 아닌 듯하다.
구도의 길에 나선 스님이
책을 열고 시선을 주고 계신 것을 보면
책 속에 길이 있음이 분명한 듯하다.
(교보문고 광화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