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던 기억이다.
특히 두 사람의 사랑을 세상에 세워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두 사람만의 사랑은 얼마든지 행복하고
또 즐거울 수 있지만
세상 사람들의 시선 속에 세우는 순간,
사랑은 종종 힘들어지곤 한다.
물론 세상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시샘을 받았던 화려한 사랑이
그 끝에서 초라하게 몰락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반대로 그 둘은 한없이 아름다웠으나 세상의 한복판에선 초라했던 사랑이
결국 그 아름다운 가치로 세상을 눈물짓게 하는 경우도 보았다.
오늘은 종종 숨고 싶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는 그 사랑의 현실적 힘겨움으로 사랑 연서를 엮었다.
당신이 저기에 있군요.
당신을 만나면 머리 속에서 하얗게 생각이 지워졌어요.
나의 시선은 당신으로부터 한뼘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렇게 당신을 마주하면
그때부터 세상은 없었어요.
그저 그 자리의 당신 뿐이었죠.
빛이 부족하여 세상 것들의 형상이 숨을 죽여도
당신을 묻어버릴 수는 없었어요.
당신은 그 모자란 빛 속에서도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죠.
내가 찾아내기에 어려움이 없었어요.
하지만 당신과 있을 때,
이상하게 세상이 두려웠어요.
우리를 보는 세상의 눈길이 두려웠어요.
나는 숨고 싶었어요.
세상을 멀리하고
우리 둘만의 세상으로 깊이깊이 숨고 싶었어요.
그건 우리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아마 많은 연인들이 그런 경험을 갖고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죠.
당신과 나는 세상의 우리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세상으로부터 숨는다는 것은
당신을 위해 할 짓이 못되는 거 같았어요.
나는 세상 앞에 섰죠.
코앞의 그 두려운 경계를 넘어 세상으로 가야하는 나는 다리가 후둘거렸어요.
하지만 나는 그 앞으로 나설 수 있었죠.
당신이 내 곁에 있을 때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내가 세상으로 가는 경계 앞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당신이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때로 세상은 함께 사는 곳이라기보다
참 말도 많은 곳이예요.
별별 말이 다 많죠.
못난 얼굴, 뚱뚱한 몸매, 그리고 가난한 주머니 등등이 모두 얘기거리예요.
우리의 사랑도 그 세상의 시끌벅적한 말들 한가운데 놓였어요.
내가 세상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이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이죠.
당신이 늘상 그랬죠.
세상이 뭐라해도 내겐 당신 하나면 돼.
그건 그 무성한 말들의 세상을 멀찌감치 밀어내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았죠.
나는 세상 한가운데 살면서도
전혀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었어요.
나를 세상 속에 서게 해준 당신.
나는 당신으로 인하여 세상에 서서
사실은 세상 속의 당신을 얻었어요.
세상 속에서 나에게로 온 당신을 얻었어요.
그러면서 또 당신은 세상 속에 있어도 나만의 당신이죠.
그러니까 나는 당신의 힘으로 세상으로 가면서
세상 속의 당신과 나만의 당신, 그렇게 둘을 얻은 거에요.
당신은 이미 그걸 알고 있었죠.
둘 중 하나로는 그저 당신의 반쪽이란 것을 알고 있었던 당신은
내게 당신의 전부를 주고 싶었던 거죠.
세상 속으로 내 등을 밀은 당신은
사실은 내게 당신의 전부를 주고 싶은 거였어요.
오늘 오래 간만에 당신과 마주하고 있어요.
예전에 이렇게 둘이 마주할 때면
세상으로부터 도망나와 몸을 숨긴 우리였는데
이제 세상의 한가운데 있는데도
당신과 나, 둘의 시간이 오붓하고 평온하네요.
다, 당신이 내게준 사랑 덕택이예요.
4 thoughts on “빗방울로 엮은 사랑 연서 여섯번째”
황송스러워지네요.
고맙습니다.
사진도 좋지만 글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유명작가의 시집을 한 권 사서 읽어도 님이 쓰신 글만큼 위안이 되진 못할 거예요
….
책쓴 거는 없구요
문학지에 글쓴 거는 더러 있죠.
지금도 쓰고 있구요.
저의 원래 글은 다들 골치 아파해요.
그래서 저도 블로그의 글이 좋아요.
좀 가볍게 쓰거든요.
제가 출판사 사장이라 제 이름으로 발행한 남의 책은 더러 있습니다.
<서울의 문화유산 탐방기> <꼬레아 꼬레아니> 등등.
다른 무엇보다 자주 들러주시고 얘기도 남겨주시니 고맙기만 합니다.
정말 책 쓰신거없나요? 분명 쓰셨을것만같은데.^^
빗방울인지 이슬방울인지 물방울이아닌 구슬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