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결혼한 뒤,
우리 식구들과 함께 살게 되었을 때의 심정을 가리켜
마치 어디 생전 처음가는 우주의 어느 성채에
뚝 떨어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30년 가까이 살을 부비며 살아온 제 가족의 사람들을 떠나
마치 다시 태어난 아이처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큰 모험이 결혼인 셈이다.
특히 그 둘의 새로운 삶이 남자의 가족 속에서 시작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남자의 가족도 그 이방인이 걸끄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나
그들은 적어도 숫자적 우위를 점한다.
나는 그 우위를 가리켜 종종 홈그라운드의 잇점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어찌보면 너무도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통하여 많은 이들이 결혼을 한다.
그 생각을 하며 오늘의 사랑 연서를 썼다.
당신은 한 어미가 열달 동안 제 속에 품고 배아파 낳은 귀한 자식이었죠.
내가 한 어머니의 아들이듯, 당신도 한 어머니의 딸이었죠.
당신과 내가 만나기 전, 우리는 모두 세상의 귀한 아들딸이었죠.
그 어미의 품안에서 당신은 고이고이 자랐죠.
당신은 눈에 넣어도 안아픈 소중한 아이였어요.
어느 날 그 아이가 당신이 되었죠.
당신은 나를 만났구요.
당신은 그때 어미의 품을 벗어나려 했죠.
어미는 때가 되면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를 본 순간
아이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얘야, 그건 너무 위험하단다.
너를 보내는 이 어미의 마음이 편치를 않구나.
그러나 아이의 귀에 그 어미의 불안한 목소리는 들리질 않았어요.
세상은 밑도 안보일 정도로 아득했어요.
내가 물었죠.
-두렵지 않아?
당신이 말했죠.
-두렵지 않아, 네가 옆에 있잖아.
사실 당신과 내가 손잡고
동시에 세상으로 뛰어내린 것은 아니었어요.
나는 두려웠죠.
슬금슬금 당신을 앞세우고
뒤로 꽁무니를 뺐어요.
그러나 당신은 주저없이 앞으로 나섰죠.
당신은 연약했으므로
더더욱 나는 당신이 놀라웠어요.
어디 세상이 호락호락 하던가요.
당신이 선 세상은 비탈의 연속이었어요.
금방이라도 쓸려나갈 듯한
또 다른 추락의 위험이
당신을 엄습하곤 했어요.
나는 비탈에 설 때마다 당신에게 물었어요.
두렵지 않아?
당신이 대답했죠.
두렵지 않아, 네가 옆에 있잖아.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요.
당신의 두려움이 곧 삶의 힘겨움이었고,
그 힘겨움이 곧잘 당신의 눈물이 되었다는 것을.
당신은 그것을 잘 감춰두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알 것은 다 알고 있었어요.
한때 한 어미의 품안의 자식이었던 당신이
이제는 한 남자의 가슴 속에 자리를 잡았어요.
사랑이란 그런 건가봐요.
그 사람 하나를 세상의 온 이유로 삼아 무모한 용기를 일으키고
그 끝에서 눈물로 버무린 삶을 살면서
그 사람의 가슴 속에 둥지를 트는 건가봐요.
나는 때로 당신이 내 안의 자식 같기도 해요.
하지만 한 어미가 떠나 보내야 했던 그 둥지의 자식은 아니예요.
당신은 내 가슴 속에 계속 머무를 테니까요.
6 thoughts on “빗방울로 엮은 사랑 연서 일곱번째”
헤헤, 글만.
아내가 항상 그러죠. 데려가서 일주일만 살아보슈.
‘당신의 두려움이 곧 삶의 힘겨움이었고,
그 힘겨움이 곧잘 당신의 눈물이 되었다는 것을…’
아내의 지친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걸 보니 무척 마음이 따뜻한 분 같아요.
찾아주시니 고맙습니다.
가끔 들러주세요.
사진을 보고 있으니까 시원해집니다. ^^;
고맙습니다.
가진게 사진과 글재주밖에 없다보니….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_*
사진이랑 글이랑 너무 너무 잘 어울려요~ ㅡㅡ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