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기다림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6월 18일 서울의 사직공원 근처에서

272번 버스가 왔다.
그러나 모두가 그 버스를 타진 않았다.
심지어 시간이 늦어도
사람들은 자신이 탈 버스를
끈덕지게 기다렸다.
버스도 그러하건데
기다리는 것이 사람이라면
더더욱 맞는 짝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버스가 오지 않으면요?

딴짓하다 버스를 놓치는 경우는 봤어도
버스가 오지 않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오긴 왔는데 이미 사람이 차서 타지 못하면요?

버스 한 대로 운영되는 노선이란 없다.
버스는 또 온다.
다음 버스 기다리면 된다.
번호만 같으면 버스는 다 똑같다.

–번호가 맞아서 탔는데 엉뚱한 곳으로 가면요?

어쩌겠나.
원래 그 버스의 노선은 그랬다.
우리가 착각한 것이다.
하지만 버스 운전사를 잘 꼬드겨 봐라.
잘 꼬드기면
어떤 운전사는 노선도 버리고 방향을 바꾼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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