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과 빗방울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7월 6일 서울 천호동에서

철조망은 언제나
누구라도 담을 넘으면
가차없이 물어뜯을 기세였다.
비오는 날,
그 철조망에도 빗방울이 맺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철조망에게도
평생을 으르렁대며 살고 싶지 않았던
맑고 투명한 마음이
어느 한구석에 있기는 있었던 것일까.
철조망이 평생을 으르렁대면서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담을 넘는 사람들을 막아야하는
그 자리로 내몰린 때문이었을까.
작은 빗방울 하나가
철조망의 평생을 조용히 흔들고 있었다.

4 thoughts on “철조망과 빗방울

  1. 꼬이고 또 꼬여 한없이 자신과 다른 것들을 옭아맸던 걸
    부드럽게 만드는 빗방울 듀오의 힘이 놀랍군요.
    툭 하고 떨어지기보다는 튕 하고 튕겨낼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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