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려 하는 나무가 있을까
의심이 들 때가 많다.
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흙의 깊이가 아주 얕다.
다른 나무라고 크게 다를까.
그때마다 나무는 참 그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저 제 몸을 키우는데 족하면
한움큼의 흙에 만족하고
더이상 뿌리를 내리지 않는게 나무인 것만 같다.
뿌리가 얕아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길목에 잘못선 탓이 커 보인다.
벌초 가는 길에 보니
몇 년전의 태풍 때 쓰러진 나무 몇 그루가
여전히 묘지로 올라가는 길에 가로 누워
마감한 생을 편안히 쉬고 있다.
매번 밑으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야 한다.
나무는 죽은 듯 보이나
죽은 나무 위로 이끼가 파랗게 삶을 차리고 있다.
죽음이 낳은 삶이다.
갈 때마다 한참 서서 시선을 얹었다 가게 된다.
죽었다고 죽은 것이 아니다.
때로 죽음이 삶의 자리가 된다.
아니 그래야만 하는 것 같다.
벌초길에 쓰러진 나무에게 죽음과 삶을 모두 배운다.
2 thoughts on “나무의 죽음과 삶”
벌초 다녀가셨군요.
때론 꼿꼿이 서 있는 나무보다 쓰러진 나무에서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다음에 객산 오실 땐 근처에 두툼한 파전 잘하는 객주집으로!^^
근처에 그런 곳이 있군요. 하남시장 들러볼까 하다가 그냥 집으로 왔어요. 원래는 벌초하고 좀 걸어볼까 했는데 짐이 하나 더 있으니까 그냥 산을 내려오게 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