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사라사라」라고 불리는
벚꽃주가 한 병 생겼다.
한국에 놀러온 일본의 대학생
히로타 오우치군의 안내를 맡아
이틀 동안 서울과 경기도 구경을 시켜준 인연으로 얻게 된 선물이다.
히로타군은 딸의 학교 후배이다.
한동안 받아만 두고 마시질 못했다.
벚꽃이 몸담그고 먼저 취해 있어
금방 병을 따게 되질 않았다.
우리 말에 술독에 빠진다는 말이 있는데
술독에 빠지면 저렇게 아름답게 생이 마감되는 건가.
그래도 조만간 병을 따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술은 달콤했다.
술에 설탕을 탄 느낌이었다.
조금씩 오래 마셨다.
9월의 중순을 넘기고 병을 딴 벚꽃주는
10월 초순의 어느 날,
드디어 마지막 잔을 털게 되었다.
벚꽃도 병을 나왔다.
물론 벚꽃도 먹었다.
어쨌냐구.
당연히 꽃은 술에 쩔어 있었다.
술에 쩔은 꽃이 그렇게 맛난 것인 줄 처음 알았다.
술에 쩔어 살아볼까 하는 유혹이 일었다.
곧 생각을 거두었다.
퍼뜩 꽃에게만 해당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꽃은 술독에 빠져 있어도 아름다웠고,
또 술에 쩔어도 아름다웠으며,
그 맛은 달콤한 황홀이었다.
2 thoughts on “벚꽃의 술”
뚜껑을 따고 병을 비우기까지 꽤 오래 버티셨네요.ㅋㅋ
이름만큼이나 생김새도 니뽄스럽습니다.^^
달아서 한번에 다 마시질 못하겠더라구요.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더니 일본에 가면 다들 한병씩 사드는 술이더군요. 병은 이것만큼 예쁜 경우가 없었습니다. 병속의 벚꽃이 일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