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사람들은 그냥 모여 있는 것만으로
아름다움을 이루곤 한다.
그들이 그 자리에 의도적으로 모인 것은 절대로 아니다.
사진 모델들처럼
정해진 동선을 따라 위치를 잡고
지금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춘게 아니다.
단지 지나가다 자기 자신이 직접 컵에 문양을 그려넣을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자기 그림의 컵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하여
그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한두 사람 불어나다 자리가 차면서
우연찮게 자신들의 풍경을 이루었을 것이다.
또 뒤가 휑하니 뚫린
계단을 따라
누구는 제 보폭의 크기를 옆사람과 맞추며 걸음을 옮겨놓았을 것이며,
누구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아래쪽 풍경을 내려다보는 여유를 자기 몫으로 삼았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찮게 그들은 계단의 맨 위와 중간, 그리고 아래서 그렇게 모이게 되었다.
이상한 점은 그 의도하지 않은 우연이 만들어내는 모임과
그렇게 모여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홀로 있는 삶이 지친다면
사람들과 섞여볼 일이다.
사람이 그리운 것은
모여있을 때 이룰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의 매력이 그리운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결국 모여있을 때
자신이 아름다움의 한 중간에 서게 된다는 것을
암암리에 감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