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폭포, 절반은 나무와 동행하다

대부분의 산이 그렇듯이 강촌의 삼악산도 오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하지만 등선 폭포로 오르는 길을 택하면
절반은 폭포가 동행해주며,
나머지 절반은 숲의 나무들이 동행해 준다.
입구의 폭포 소리는 요란하다.
목소리를 높여 환영 인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소리는 계곡을 타고 산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잦아들며, 결국은 속삭임으로 변한다.
그때부터는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속으로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잦아든 계곡의 물소리는
정상까지 잘다녀 오라며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잠시간의 작별 인사로 여기면 된다.
내려오는 길에
계곡의 옅은 물소리가 귀에 들리기 시작하면
이제 초입의 동행이 다시 마중나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폭포와 나무가 동행하는 삼악산 산행은
산길을 반반으로 나누어
두 친구와 함께 하는 유다른 즐거움이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강촌의 기차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등선폭포의 입구까지 가는 길은 두 갈래이다.
하나는 강을 끼고 바로 옆으로 흘러가며
다른 하나는 강위의 다리로 높이 흘러간다.
강 위의 길은 사실 자동차의 길이다.
차들이 옆을 무섭게 질주한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에겐 높이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높이를 확보한 그 길로 가면
재수가 좋을 경우
오리가 강물의 그 넓은 캔바스에 그리는
멋진 문양을 감상할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그 뿐만이 아니다.
이번의 경우에도 재수가 좋아야 하지만
높이를 확보한 길로 가면
황새가 제 모습을 강물에 비추며
날렵하게 날아가는 모습을 아래쪽으로 내려다 볼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강건너로 시선을 돌리면
터널이 방금 토해낸
경춘선 열차가 초록 일색의 풍경화에 변화를 주며
춘천으로, 혹은 서울로 달려간다.

Photo by Kim Dong Won

경춘선 열차는
낭만의 대명사격인 열차이다.
아직도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변되던
그 옛시대의 낭만이
저 열차의 어딘가에
희미한 흔적으로나마 남아있을까.

Photo by Kim Dong Won

등선 계곡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등선 폭포.

Photo by Kim Dong Won

엄마의 품은 따뜻하고
계곡의 품은 시원하다.

Photo by Kim Dong Won

폭포는 역시 내리꽃히는 것이 제 맛.

Photo by Kim Dong Won

무슨 얘기.
워터 슬라이더의 재미를 모르시는 구먼.
넷이서 함께 미끄러지면 재미도 네 배.

Photo by Kim Dong Won

선녀탕.
어딜 가나 선녀탕은 있는 것 같은데,
근데 왜 선녀는 없는 거지.
아무래도 표어 하나 만들어야 겠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고,
선녀탕에 선녀가 없다.

Photo by Kim Dong Won

바위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나가는 재미도 그만.

Photo by Kim Dong Won

우리는 두 줄기 폭포.
중국집 용어를 빌자면
곱배기 폭포.

Photo by Kim Dong Won

계곡의 물소리와 작별을 고하고
숲길로 접어드는 길목쯤에 자리잡은 흥국사.
사람의 발걸음이 뜸한 듯,
부처님께서 발길의 흔적이 뜸해진 자리에
여기저기 잡초들을 대신 들여놓고 계셨다.
그 때문인지 절이 자연 속으로 완전히 묻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절의 스님을 만났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 대처에 나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 절에 온지 3일 되었다고 했다.
산이 참 좋다고 하셨다.
잠깐 몇마디를 나누고
스님은 산위로, 나는 아래로 각자 발걸음을 떼어놓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푸근했다.

Photo by Kim Dong Won

나무들과의 동행길로 접어들면서
뿌리는 모두 드러낸 나무를 만났다.
원래는 아랫도리를 부드럽고 고운 흙으로 가리고 있었으리라.
사람들이 산을 오가면서
나무의 옷을 조금씩 조금씩 밟고 지나갔을 것이며,
그렇게 하여 결국 아랫도리가 다 드러나도록 헤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는 여전히
부끄러움을 묵묵히 참아내며
오히여 제 뿌리로 사람들의 걸음을 받쳐
미끄러지지 않도록 살펴주고 있었다.
나무에게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Photo by Kim Dong Won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평지가 두번 나온다.
사람들은 그 두 곳을 크기로 견주어
하나는 작은 초원, 다른 하나는 큰 초원이라 이름붙여 놓았다.
이곳은 큰 초원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어찌 정상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찍지 않을 수 있으리오.

Photo by Kim Dong Won

정상에서 만난 사람들.
산의 정상에서 만나면 사람들은 서로 먹을 것을 권하고
쓴 커피 한잔이라도 나누고자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그 정상의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에게
이름자를 물었더니 김남웅이라고 알려주셨다.
오늘은 적당히 바람이 있어
정상에 오른 즐거움이 두배라고 말씀하셨다.
나이를 궁금해하니 63세라고 일러주셨다.
내려오는 길을 먼저 출발한 것은 나였으나
중간쯤 내려왔을 때,
그 분을 또 만나게 되었다.
바람같이 산을 내려가셨다.
산을 올라 정상에서 그 분을 찍을 때의 즐거움을 나의 것이었으나
젊음은 그 분의 몫이었다.

2 thoughts on “절반은 폭포, 절반은 나무와 동행하다

  1. 그건 아닌 것 같수.
    내가 보기엔 누군가 선녀집에 보일러 놔줘야 겠어 라고 말을 했거나
    아니면 내려오긴 내려오는 데 연중 행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우.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도 겨울만 되면 그때부터 봄이 올 때가
    거의 목욕하고 담쌓고 산다우.
    생각해보니 선녀도 그런 유형이 아닐까 싶다우.
    년중 행사나 한 3년에 한번 치루는 행사라면
    내려온다고 해도 거의 보기 힘들께 뻔하우.
    아니면 200년 주기인지도 모르오.
    나뭇군이 봤다고 하니까
    그때가 간만의 주기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 목욕 주기가 200년은 족히 넘을 것 같소.
    밤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고
    주기가 중요한 듯 싶소.

  2. 선녀는 밤에만 내려오신다는 전설이 있다우~
    아마도 나뭇꾼 눈에만 선녀가 보인다는 야사도 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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