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 선생님

같은 시집이 두 권 생겼다.
새로운 시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으로 냉큼 챙겨둔 오규원 시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이다.
오늘 우편함에 똑같은 시집이 또다시 배달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직접 보내주신 것이다.
앞날개를 넘기니
선생님의 이름 석자에 더하여
내 이름도 새겨주셨다.
시집 하나로 두번의 기쁨을 누린다.
새로운 시집을 살 때, 그 기쁨이 하나였고,
오늘 선생님으로부터 시집을 직접 받으니
그것이 또다른 기쁨이다.
아내가 미리 산 시집은
자기에게 주면 안되겠냐고 했다.
그러고마고 했다.

딱 한번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의 인터뷰는 내가 쓰고 싶었지만
나는 인터뷰의 정리를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박혜경에게 양보했다.
내가 쓰면 나의 들뜬 감정으로 인하여
인터뷰가 윤색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며
내 머리 속을 맴돌았던
그 인터뷰의 단상을
정리된 인터뷰의 앞자리에 내세워 밝히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리고 사시는 곳이 양평이란 것을 알고
어느날 문득 떠오른 오규원이란 그 이름의 자장을 따라
무작정 양평의 수종리로 차를 몰아간 적이 있다.
그저 내 손에 들린 것은
서후라는 마을 이름밖에 없었지만
나는 용케도 선생님의 집 문턱까지 갔었다.
그러나 아무런 선약도 없는 무례함이 마음이 걸리고
또 성격상의 쑥스러움으로 인하여
그냥 집앞까지 간 나의 걸음에 만족하고
돌아선 적이 있었다.

건강이 안좋으시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어떠신지 모르겠다.
시집과 함께 온 선생님의 또다른 책 <날이미지와 시>를 들추며
오늘 선생님 생각에 잠겼다.
많은 사람들의 염려가 선생님의 건강에 보탬이 된다면
그 걱정의 맨 뒷자리에라도 내 마음을 놓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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