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통폐합

집에 여러 대의 컴퓨터가 있다. 하지만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딱 한 대만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두 대는 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원래 각자 고유의 일을 나누어 갖고 있었으나 컴퓨터도 통폐합의 과정을 거쳤다.

photo by Kim Dong Won
우분투가 깔려 있는 컴퓨터

집에서 가장 오래된 컴퓨터는 딸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구입하여 사용하다 대학 입학과 함께 내게 양도한 컴퓨터이다. 나는 이 컴퓨터에 리눅스 OS의 하나인 우분투를 깔아 서버로 사용했었다. 웹서버에 FTP 서버 구실을 했던 이 컴퓨터는 내게 각종 실험의 대상이 되어 주었다. 맥과 파일 공유가 아주 쉽게 되어 주력 기종으로 쓰는 맥과 함께 쓰기에 매우 편리했다.
하지만 맥이 아파치 서버와 FTP 서버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나오기 시작하면서 서버 기능은 그냥 맥에서 켜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강력한 성능 덕택에 서버를 돌리며 컴퓨터를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어져 버렸다. 각종 설정을 손보는 것도 맥이 더 편했다. 결국 서버 기능을 맥이 떠맡으면서 우분투를 더 이상 켤 일이 없어져 버렸다.

photo by Kim Dong Won
윈도 머신

이 컴퓨터는 윈도 머신으로 쓰이고 있지만 원래는 윈도 머신으로 쓰려고 산 컴퓨터가 아니었다. 돈이 없어 싼 윈도 머신을 산 뒤 그곳에 맥 OS를 깔아서 썼다. 하드를 두 개 장착하여 윈도와 맥을 동시에 썼었다. 가끔 윈도 운영체제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뜻하지 않게 아이맥이 생기면서 당연히 아이맥으로 갈아탔고 이 컴퓨터는 윈도 머신만 돌아가는 컴퓨터로 바뀌었다. 윈도의 주된 기능은 홈뱅킹과 인터넷 쇼핑에 있었다. 인터넷 책방에서 종종 책을 구입했는데 그것이 맥에선 되질 않았다. 그러나 맥에서 윈도를 가상 머신으로 돌릴 수 있게 되면서 홈뱅킹과 인터넷 뱅킹이 맥에서 해결되기 시작했다. 상당히 속도도 빨라서 큰 불편이 없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윈도 머신을 가끔 켜서 사용하곤 했다. 그건 윈도 머신에 달려있는 블루레이 드라이브 때문이었다. 구으려는 블루레이의 이미지를 맥에서 떠서 윈도 머신으로 가져간 뒤 구워야 하는 다소 성가신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용에 무리는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게 불편하여 외장 블루레이를 하나 구입하게 되었고, 그 뒤로 윈도 머신을 켜는 일은 거의 없어져 버렸다. 요즘은 누군가 윈도에서의 파일 변환을 부탁하면 그때 이를 잠깐씩 켜고 있다. 맥과의 파일 공유는 잘된다.

photo by Kim Dong Won
아이맥

아이맥은 모든 컴퓨터들의 기능을 한몸에 통합해 버렸다. 일단 아이맥은 컴퓨터의 기본 기능 중 하나인 문서 작성이나 사진 보정 기능을 훌륭하게 해낸다. 세상에 문서 작성 프로그램이 아래아한글 하나밖에 없는 줄 아는 사람들에겐 맥이 불편하기 이를데 없지만 최근에는 최신의 아이맥에서도 잘 돌아가는 맥용 아래아한글도 나왔다. 에러가 많고 기능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어쨌거나 쓸만한 프로그램은 다 있다.
서버 기능은 그냥 켜면 된다. 켜는 방법은 좀 까다로워졌다. 예전에는 그냥 공유 조절판에서 켜면 되었으나 이제는 터미널을 띄워서 명령어를 입력해야 한다. 일반인들에겐 별로 필요없는 기능이라 그렇게 한 듯하다. 어쨌거나 잘된다. 아파치와 FTP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고, MySQL은 깔면 된다. 난 잘쓰고 있다.
윈도는 가상 머신인 VMWare Fusion이나 Parrallels Desktop를 통해서 쓸 수 있다. 윈도를 주력으로 쓰려면 속도가 많이 딸리지만 간단하게 홈뱅킹이나 인터넷 쇼핑을 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잘 돌아갈 때 윈도 파일을 복사해 놓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그냥 삭제해 버리고 복사해놓은 파일을 다시 가져다 쓰면 된다.
사실 아이맥 사용자라서 그렇지 다른 윈도에서도 이러한 통폐합이 가능할 것이다. 예전에는 한 컴퓨터가 그 컴퓨터 고유의 기능밖에 하질 못했는데 이제는 하나의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의 기능까지 그대로 구현하면서 하나의 컴퓨터에서 여러 종류의 성능을 발휘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빠르고 강력해진 컴퓨터의 시대를 사는 편리일 것이다.

4 thoughts on “컴퓨터의 통폐합

  1. 저와 같은 컴퓨터 이력을 가진분의 글을 읽으니 재미있네요^^
    저또한 리눅스에 빠져 모든작업을 리눅스로 하던차에
    맥으로 전향하여 너무너무 잘쓰고 있습니다.

    1. 리눅스는 서버로만 썼었는데 서버로는 리눅스가 제일 편리한 것 같아요. 일반 작업의 편리함으로는 맥을 따라올 컴퓨터가 없는 듯 싶습니다. ^^

  2. 하드웨어적인 얘기라 이건 저도 뭔 말씀인지 대충 알아 들을 수 있네요.^^
    괜찮은 놈, 쎈 놈이 나타나면서 고물, 퇴물들이 늘어간다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