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은 지하철을 타고 달리면
저기 저 끝의 소실점을 지날 때쯤
우리가 작은 점으로 축소되면서 하나가 되는 곳이야.
그 다음에는 우리의 사랑이 마치 빅뱅처럼 폭발하여
우리가 내릴 때쯤 우리의 사랑이 우주의 어디에나 있게 되지.
–그래?
그렇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하철에 탄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 소실점에서 하나 되는 거 아냐?
–걱정하지마.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를 거야.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인 거지.
그 역은 소실점에서 하나되었다가
무한히 팽창하여 우주를 뒤덮을 사랑을 꿈꾸기에
아주 좋은 역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하철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말았다.
난 반대편에 가서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이국의 지하철역은 방향도 낯설었다.)
2 thoughts on “소실점의 사랑을 꿈꾸다”
그러고보니 어느 나라 지하철이나 방향유도 화살표가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외국어는 못 읽어도 일단 화살표부터 확인하면서 소실되든 빅뱅되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무 생각없이 사진찍고 서 있는데 열차가 반대 방향에서 들어오더라구요. 우리나라랑 반대네. 가끔 승용차의 조수석에만 사람이 보여서 깜짝깜짝 놀라곤 했는데 지하철도 그랬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