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발자국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월 18일 서울 천호동에서

평소의 당신은
집으로 들어갈 때면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채
당신의 흔적을 말끔히 거두어 들였다.
당신의 뒤엔
당신을 보내고
이제 내게서 당신이 텅비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밤의 적막만이 가득했다.
현관앞의 등은 밤인데도
그 적막을 확연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눈이 온 날이 좋았다.
당신을 들여보내고 난 뒤에도
여전히 당신의 집앞에
당신이 흘리고간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당신도 없는 골목이
당신의 발자국만으로 가득차 있었다.

2 thoughts on “눈과 발자국

  1. 눈 온 날 밤골목 풍경이 얼마 전 다녀오신 도쿄 가정집 골목 분위기와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시인의 시심을 활짝 연 밤눈 덕에 아련한 풍경을 떠올려 봅니다.

    1. 어젯밤에 늦게 눈이 와서.. 삼각대 둘러메고 나간 뒤에 집주변만 살짝 돌면서 사진좀 찍었죠. 좀 멀리 가보고 싶었는데 원고 마감 때문에 집주변만 돌았어요. 도쿄는 눈하고는 인연이 먼 도시 같더라구요. 홋카이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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