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를 배웅하며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12일 경기도 하남의 검단산에서

때로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걸음이 늦은 날이면
산 위에서 지는 해를 배웅한다.
나무들이 우거진 산길을 따라 걸을 때면
종종 얽히고 설킨 나뭇가지 사이로 하루해가 진다.
절대로 나뭇가지에 걸리는 법이 없다.
마치 아무리 얽히고 설킨 삶이라고 해도
이렇게 하루는 가는 것이니
정말 말그대로
모든 것은 흘러갈 것이라고 말해주듯이.
얽히고 설켜서
오늘에 멈춰있는 듯한 삶이 괴로울 때는
가지 사이로 지는 해가 큰 위로가 된다.
나뭇가지가 걷힌 곳으로 나오면
해는 산등성이의 윤곽을 몇 개 중첩시킨
보기 좋은 배경을 앞으로 깔고
서쪽으로 넘어간다.
매일 거듭되는 일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일상을 산위에서 보내는 배웅은
각별하고 아름답다.
늦은 걸음이 반드시 뒤쳐진 걸음은 아니다.
때로 늦은 걸음으로 더 좋은 선물을 얻는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12일 경기도 하남의 검단산에서

2 thoughts on “지는 해를 배웅하며

  1. 요즘은 좀 뜸하지만, 한창 산행에 재미를 붙였을 때 가끔 보던 풍경입니다.
    뜨는 해보다 지는 해가 더 주위를 꽉 채우는 듯한 느낌을 주곤 했더랬죠.
    겨울철은 아니었는데, 겨울 일몰 즈음은 웬지 스산하고 허전한 구석이 보이네요.

    1. 저는 이제 산행은 거의 아득한 기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사진찍어 놓은 것이 있어서 이렇게 가끔 집구석에서 산에 서곤 하네요. ㅋㅋ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