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으로만 따지면 내게 있어
어떤 술도 막걸리를 넘볼 수가 없다.
나는 대체로 막걸리 한 병이면
기분좋게 취하는 주량을 가졌다.
두 병이 넘어가면 대게 다음 날
하루 종일 아픈 배를 움켜쥐고 보내야 하는
혹독한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막걸리 한 병은 싸게 사면 천원 한장이면 충분하다.
독한 술을 별로 좋아하질 않아 소주나 양주하고는 친하질 않다.
막걸리가 술값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술의 목록에서 가장 윗자리를 점하고 있지만
목과 입에 감기는 맛으로 순위를 정하면
그 자리는 곧바로 맥주의 몫이 된다.
외국에 나가본 적이 별로 없는 나는
맥주가 수입되고 나서야
외국 맥주들을 맛볼 수 있었다.
언젠가 독일 맥주인 크롬바허를 사다 마신 다음부터는
우리나라 맥주가 맥주인지 맹물인지를 구별하기가 힘들어졌다.
대형 마트에서는 거의 상시로 맥주 세일을 한다.
큰 캔의 맥주를 4개에 만원에 판다.
하나에 2500원 꼴이다.
원래 가격으로 네 캔을 사면 1만5천원 정도가 나온다.
5천원을 깎아주는 셈이다.
세일할 때만 사다먹는 맥주가 몇 가지 있다.
기네스가 그 중의 하나이다.
기네스는 조금 도도해서 세일 품목에서 빠지기가 일쑤이다.
요즘은 필스너를 들고 오고 있다.
하지만 세일을 해도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기분좋게 취하려면 네 캔은 마셔야 한다.
막걸리 가격의 열 배이다.
그래도 가끔 열 배의 호기를 부리며 네 개를 들고와선
하루에 딱 한 캔 씩만 마신다.
취기의 즐거움은 못누리고 맛의 즐거움만 누린다.
세일한 맥주를 들고 올 때는 5천원이나 아꼈다며
그 돈으로 막걸리 한 병을 끼워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상하게 5천원이나 아꼈는데도 천원이 더 나가곤 한다.
2 thoughts on “맥주의 값과 맛”
맥주맛은 도찐개찐이 아니가 보군요.^^ 댁앞 홈플 말고 2맛 가시면 벨기에 큰 캔
3종을 천 오육백원대에 상시 파는데, 한 번 맛 보셔요. 벨기에 플라스틱 병 맥주도
가성비가 괜찮던데요. 물론 이 분야에선 별로 신뢰할만한 정보통은 아니지만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사다 먹기는 하는데.. 홈플에도 1600원대에 세일하는 맥주가 있긴 있죠. 벨기에 것은 아니지만요. 맥주맛은 아주 편차가 심해요. 아직 비싸서 사다먹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어서 IPA 맥주는 맛도 못봤어요. 미국에선 이게 제일 싸다는데 우리나라에선 이게 제일 비싸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