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흐린 날의 그림자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4월 14일 우리 집에서

흐리고 비오는 날은
그림자도 흐리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날이면
기분이 우중충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림자가 선명해서 좋을 것도 없다.
경계가 선명하면 날이 설 때가 많기 때문이다.
베란다의 창에서 거실로 몸을 눕힌 그림자가
날을 버리고 흐릿하게 바닥에 안겨 있었다.
문득 선명한 경계를 버리고
누군가를 흐릿하게 가슴에 안은채
이런 날의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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