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가장 힘겨운 순간은
내가 가장 못하는 것,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을 해주어야 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상대방이 바라는 것이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일 때
누구나 힘겨움을 느끼지 않을까.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편하고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면
그때만큼 신나는 일도 없으리라.
가령 내가 운전을 잘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태우고 돌아다닐 때가
가장 즐겁지 않을까.
내 생각엔 그런 경우엔
운전이 하나도 힘들 것 같지 않다.
운전대를 나누고 싶지도 않을 것 같구.
그런 면에서 보면
빗방울을 잔뜩 가진 나는
그저 그것을 원없이 나누고 싶다.
근데 이런 걸 과연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있기도 하겠지.
가끔 세상엔 정신나간 사람들이 있으니까.
나를 사랑한 그 누구처럼.
그래서 오늘도 빗방울에 사랑을 담는다.
당신은 작아서 모두가 그냥 지나치고 말았죠.
작은 건 원래 눈에 잘 띄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내 시선은 당신을 놓치지 않았어요.
당신을 사랑했으니까요.
모두가 무심히 당신을 지나칠 때도
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놓치는 법이 없어요.
내가 당신을 못찾을 때도 있죠.
내가 술래가 되고,
당신이 풀섶으로 몸을 숨겼을 때가 바로 그때죠.
나는 당신이 어디에 숨었는지 다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른채 여기저기 기웃거리곤 하죠.
때로는 당신의 발밑까지 왔다가 그냥 고개를 돌리기도 해요.
왜냐구요.
금방 찾아내면 당신이 재미없어 할테니까요.
당신도 다 알면서
은근히 그걸 즐기곤 하죠.
눈이 부셔요.
왜 몸을 씻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당신은
항상 눈이 부신 건가요.
비가 그치고
시선을 하늘로 들어 나뭇잎을 쳐다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당신, 집안이 어지럽다고 자꾸 치우지 말아요.
흐트러짐도 때로 아름다움이예요.
빗방울도 때로 정신없이 여기저기 흩어지곤 해요.
그냥 가끔 헝클어진 머리로 퍼져 있어봐요.
부엌에 어지럽게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도 그냥 내버려둬요.
나는 가끔 그런 흐트러짐이 좋아요.
그것도 당신의 일부니까요.
당신은 아주 이상해요.
따로 있어도
같이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죠.
이렇게 따로, 또 같이 있어도 되는 거예요.
사랑이란 참 대단한 거죠.
이렇게 같이 마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더 바랄 것이 없도록 만들어주니까요.
우리를 이렇게 따가운 햇살 아래서
묵묵히 견디게 만드는 힘도
아마 사랑일 거예요.
세상을 살다보면 종종 문이 벽이 되곤 해요.
사실 걸어잠그고 나면
문보다 더 견고한 벽도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걸어잠긴 문앞에서도
힘없이 돌아서지 않게 만드는 신비로운 힘이 있죠.
문의 틈새를 비집고 얼기설기 설킨 거미줄에
마음을 걸어두고 가는게 사랑의 힘이예요.
그래요, 사랑이란
둘이 있으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저희들끼리 부등켜 안고
그저 즐겁게 노는 거예요.
그리고 사랑이란
세상 모두가 못가졌는데
나만은 갖고 있는 거예요.
당신이 내게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