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문양을 맞추어 손을 잡자
벽은 수직의 꽃밭이 되었다.
푸른 토양 위로 흰꽃이 가득이었다.
꽃밭은 하나의 흐트러짐이 없이
수직으로 곧추서 있었으나
어느 꽃도 아래쪽으로 흘러내리는 법이 없었다.
중력은 꽃잎 하나도 쓸어담지 못했다.
그 옆에 탁자가 있었다.
탁자는 바람 한점을 찾을 수 없는
유리알 수면이 되었다.
가끔 뒷베란다의 창으로 들어온 바람이
앞쪽 베란다의 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탁자의 수면을 이리저리 흔들어보려 했으나
유리알 수면에선 미동하나 일으키지 못했다.
그 사이에 꽃병이 놓였다.
꽃병의 꽃들은
꽃밭을 배경으로 삼고
제 모습을 수면에 드리웠다.
그때부터 풍경의 옆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꽃밭 옆의 식사였으며, 수면 위의 식사였다.
2 thoughts on “집안의 꽃밭과 수면”
유리병과 탁자 유리 덕에 꽃다발이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시선을 길게 받네요.
풀밭 위의 식사 못지 않으셨겠습니다.^^
부엌의 벽지를 바꾸니 사진 한 점이 나오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