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배와 풀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6월 20일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에서

배가 물을 조금 오래 잊고 지내자
흙이 냉큼 배에 올라
풀들을 대상으로 호객 행위를 했다.
풀들에게 배를 탄다는 것은 무리였지만
흙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흙의 호객행위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타긴 탔는데
배는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풀들은 왜 배가 안가냐고 성화였지만
흙은 원래 이 배는 비가 와야 가는 거라며
버티고 있었다.
아마도 비가 오면
이 정도 비에는 배 띄우기가 곤란하다고 둘러댈 거다.
타지 않은 풀들이
말릴 때 말듣지
그 고집을 부리며 올라타더니
그것보라며 낄낄거릴 것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