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잃은 뿌리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22일 춘천 청평사 가는 길에서

뿌리의 집은 흙 속에 있다.
어두컴컴하지만 뿌리는
그 어둠 속의 집안에서 용케 물을 찾아내
나무의 갈증을 달래고
심지어 양분도 걸러내
나무의 배를 채워준다.
뿌리의 집은 나무의 안락이다.
종종 숲길에서 그 나무가 집을 잃는다.
우리의 길이 나무의 집을 가져간다.
뿌리가 집을 찾아 땅을 더 깊이 파고든다.
우리는 때로 뿌리의 집을 가져다 길로 쓴다.

2 thoughts on “집잃은 뿌리

  1. 실타래처럼 엉겼다고 할까, 미로를 헤맨다고 할까, 미친 녀 머리 풀어헤친 듯한
    뿌리의 실상이 어지럽네요.^^ 나무 하나 키워내고 서 있게 하느라 뿌리들이
    고생 많이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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