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드와 하드 도킹 스테이션

컴퓨터 쓰면서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 데이터의 보관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다들 이 부분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 몇년치 사진을 홀라당 날려먹었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종종 있다. 내 경우엔 오랫동안 써온 글의 양이 만만치 않은데 이런 작업물들이 날아간다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글쓰기 작업을 위해 모아놓은 자료들도 그 소중함은 마찬가지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이런 낭패를 피하기 위해 그동안 글과 관련된 작업물들은 별도의 하드에 작업을 해왔다. 아주 오래 전에 장만한 250기가의 웨스턴 디지털 하드이다. 컴퓨터와의 연결 방식도 최신 방식이 아니라 오래 전에 사용되었던 E-IDE라는 방식이다. P-ATA 방식이라고도 부른다. 이제 이런 방식의 하드는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컴퓨터는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이 하드 만큼은 변함 없이 내 곁을 지키며 몇십년째 함께 하고 있다. 한때는 컴퓨터 속에 넣어서 썼으나 아이맥이 등장하면서 하드를 별도로 장착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때문에 외장 케이스에 넣어 사용해왔다.
그런데 올해 아주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갑자기 이 하드가 나가버리더니 들어오질 않는 것이었다. 다행이 집에 외장 하드가 여러 개 있어서 그 하드의 케이스 중 하나를 골라 케이스를 바꾼 뒤 연결한 끝에 겨우 컴퓨터에 다시 띄울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 사용하기에는 불안했다.

photo by Kim Dong Won

다행히 갖고 있던 하드 중에 여분이 여러 개 있었다. 그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이 하드도 정상은 아니었지만 돈이 없어 하드를 새로 구입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하드를 포맷한 뒤 기존 하드의 내용물을 모두 이 하드로 옮겼다. 용량이 500기가로 기존 하드의 두 배여서 옮기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이 하드 또한 웨스턴 디지털의 것이다. 하드의 회전수가 낮아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전기 또한 조금 잡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루라고 불리고 있다. 컴퓨터와의 연결 방식도 다르다. 이 하드는 SATA 방식의 하드이다.
한동안 잘 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하드도 들어왔다 나갔다 하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나가도 껐다가 다시 켜면 또 들어왔다. 돈이 웬수지 뭐, 그러면서 이 불안한 하드를 계속 사용했다. 그런데 점점 나가고 들어오는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작업하는 파일을 컴퓨터에 복사하여 작업을 하고 완성이 되면 그 하드로 다시 복사하여 보관을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하지만 이게 여간 성가신게 아니었다. 하루에도 하드를 몇 번 껐다 켰다 하는 일이 이어졌다. 결국 그 불편을 견디지 못해 최신의 하드를 하나 장만하고 말았다. 웨스턴 디지털의 레드 하드이다. 용량은 1테라이다. 1테라 모델이 제일 작은 모델이었다. 24시간 돌려도 된다는 선전 문구가 가장 마음에 든 하드였다.
사실 이 하드는 겉으로는 똑같아 보여도 기존의 하드와는 크게 다른 특징을 하나 갖고 있다. 그건 바로 이 하드가 네트워크 하드라는 것이다. 그건 이 하드를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케이스에 담아 네트워크에 연결해 놓으면 컴퓨터를 끄고 이 하드만 켜놓아도 이 하드에 접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령 내가 집을 떠나 멀리 여행을 할 때, 컴퓨터를 켜놓지 않아도 이 하드만 켜놓고 가면 인터넷을 통해 이 하드에 접속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면 나는 내가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이 하드에 복사해 놓을 수가 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하드 케이스가 필요하긴 하다. 나중에 여유가 넘쳐 어디 놀러다니며 세월 보내게 되면 하나 구입해볼 생각이다.
하드를 구입하면서 하드 도킹 스테이션도 하나 구입했다. 하드를 케이스에 넣지 않고 끼웠다 뺐다 하면서 쓸 수 있는 장비이다. 굴러다니는 하드가 많아 내겐 필요했던 물건이다. 두 개까지 끼울 수 있고, 작은 크기의 하드 또한 연결할 수 있다.
포맷하고 써보니 하드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고 또 조용하다. 또 갑자기 1테라의 공간이 생기니 너무 여유롭다. 하드의 회전수는 낮은데도 속도는 좋은 것 같다. 며칠 불안불안했는데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이제 내 남은 여생, 평생토록 함께 가자.

2 thoughts on “새로운 하드와 하드 도킹 스테이션

  1. 평생까진 보장 못하겠고, 갈수록 작고 빠르고 튼튼하고 편한 기기들이 개발되지
    않겠습니까. 돈이 웬수이긴 하겠지만요.^^
    저도 이참에 이런저런 데이타들 보존에 신경써야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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