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하루 앞두고 아버지 묘에 벌초 다녀왔다. 하루 전에 그녀가 꼬치를 꿰어주면 같이 가주겠다고 했지만 혼자 갔다 오겠다고 그 호의를 거절하는 호기를 부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의 제의를 거절한 것은 괘씸하지만 자신은 바다와 같이 마음이 넓은 여자이니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어제는 추석이라고 송편을 사왔는데, 그 떡은 아니지만, 이게 왠 떡이냐 싶었다. 버스타면 1시간인데 차갖고 가면 집에서 30분이기 때문이다. 길도 막히지 않았다. 거의 매년 가는데도 또 올라가는 길을 헷갈려 차를 세워놓은 주차장의 한켠을 몇번 기웃거려야 했다. 올 때마다 그렇게 된다. 사람들이 양심은 있어서 통행로 부분에는 차를 세워놓지 않고 있었다. 금방 발견했다. 한때 어디로나 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울타리가 막고 있어 통행로를 찾아야 한다. 올라가서 묘를 찾는데도 한참 걸렸다. 모르는 사람은 이곳에 묘가 있다는 것도 모를 것 같다. 한해의 세월만으로 온갖 풀들이 그곳을 덮어 자연으로 되돌려 놓는다. 추석 때마다 찾아가 자연을 베어내고 이곳이 사람이 누워있는 영혼의 영지라고 표시를 한다. 아마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 그럴 것이다. 그 다음에는 모두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벌초하고 나니 번듯하다. 난 이발사를 했어도 잘 했을 것 같았다. 대신 머리통이 좀 큰 사람들만 가려받아야 했을 것 같기는 했다. 이 줄에 모두 4개의 묘가 있는데 올해는 온 집이 한 집도 없었다. 위와 아래로도 아직 벌초를 하지 않은 집들이 눈에 띈다. 다들 살기 바쁜 모양이다. 벌초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도토리와 밤 떨어지는 소리가 후둑후둑, 굵은 빗줄기마냥 숲속을 흔들어놓곤 했다.
2 thoughts on “추석 하루 전의 벌초”
꽁지머리를 하셨네요.^^
하남 오셨으면 잠깐 부르지 그러셨어요, 5분이면 갈 텐데.
저는 No.3인지라 꼬치 꿰는 일에도 부름 받지 못하고 설거지만 서너 판 했습니다.^^
올라갈 때는 내려오다 도토리나 밤도 주워가자고 했는데 정글숲을 헤치고 올라가 벌초하고 나니 빨리 집에 가자로 바뀌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