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그녀와 함께 경기도 퇴촌의 귀여리에 있는 물안개 공원으로 놀러갔다. 이름은 물안개 공원이지만 새벽이나 비오는 날 아니면 물안개 보기가 어렵다. 물안개 볼 수 있는 시간이나 비오는 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질 않는다. 공원 이름 제대로 맛보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한때는 자주 갔던 곳이나 이곳에서 농사짓던 농부들이 사대강 개발과 함께 다 쫓겨난 뒤에는 거의 가질 않았다.
추석날은 다함께 준비하고 다함께 즐기는 명절이라기 보다 여전히 여자만 고생하는 날에 가깝고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나이 50을 넘긴 뒤로 명절 때는 집을 떠나 놀러가기로 했지만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그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어디든 가는게 낫지 않나 싶어 올해는 둘이 가까운 퇴촌을 다시 찾았다. 정약용 유적지로 가려했으나 차가 너무 막혀 길이 술술 뚫리는 대로 가다보니 퇴촌이었다.
이번에는 2인용 자전거를 빌렸다. 그녀가 걱정하는 눈치였다. 오래 간만에 타는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전거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그녀를 뒤에 싣고 2시간여를 달렸다. 나중에 자전거로 간 거리를 차로 가 보았더니 보통 멀리 갔다온 것이 아니었다. 역시 차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가며 보는 경치가 볼만했다. 어디든 마음대로 세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2인용 자전거의 이상한 점은 둘이 페발을 밟으니 덜 힘들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혼자 탈 때보다 더 힘들다는 것이다. 둘이 호흡을 잘 맞추지 않으면 혼자 페달을 밟는게 오히려 낫기도 하다. 운전도 혼자 탈 때처럼 자유롭질 않아서 마구 달리면 안된다. 그래도 2시간은 너끈히 달렸다. 물론 쉬며쉬며 달렸다.
종종 아치형의 작은 나무 다리를 넘어가야 했는데 간혹 혼자 페달을 밟아 넘어가면 뒤의 그녀가 마치 롤러코스터라도 타는양 환호성 비명을 질렀다. 추석 때의 수고를 두 시간의 자전거 태워 주기로 10분의 1은 갚은 것 같았다. 10분의 1밖에 못갚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앞으로 갚아야할 나머지 90퍼센트를 걱정해 주지만 이 빚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10퍼센트를 갚으면 나머지 90퍼센트가 탕감이 된다는 것이다. 겨우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빚을 갚는데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가 상당히 기분 좋아했다. 다만 덜덜거리는 길 때문에 엉덩이가 좀 아프다고 했다. 아직은 체력이 살아있네 싶어서 나도 약간 뿌듯했다. 집의 자전거를 다시 손볼까 싶기도 했다. 한가해서 걸어도 좋은 길이었다.
2 thoughts on “추석날의 자전거 타기”
멋진 데이트 하셨네요.^^
부채 탕감율이 90%나 되니, 한가위처럼 넉넉한 공유경제가 따로 없군요.
경치가 좋아서 자전거 타고 놀기에는 아주 좋더라구요. 아침 일찍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