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과 꼬리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5일 서울 북한산에서

나뭇가지를 붙들고 있을 때,
그것은 가는 팔이었다.
여름내 그 팔의 끝에서
잎은 손이 되었다.
바람이 불 때면
사람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연신 반갑게 흔들어줄 수 있었다.
가을되어 바위에 떨어지자
팔은 꼬리가 되었다.
잎은 이제 손이 아니라 머리이다.
붙잡고 있으려면 힘드는 법.
한해가 마무리되는 계절에
꼬리를 흔들며
새롭게 보내는 삶도 괜찮을 거다.
떨어지면서 팔을 버리고
대신 꼬리를 얻는다.
때로 새로운 삶이 의외의 곳에서 열린다.

2 thoughts on “팔과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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