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까지 행진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1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서울광장에서 시국미사가 있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마련했다. 빗줄기가 굵은 서울광장에서 두 시간 정도에 걸쳐 진행되었다. 미사는 국정화와 노동 개악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이 말했다.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다며 광화문까지 행진하겠다고 했다. 신부님들이 맨앞에 섰다. 사람들이 뒤를 따랐으며, 행진에 구호가 없을 수 없다. 사람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고, 나는 그 사이사이에 박근혜는 오지마라고 외쳤다. 사람들이 웃었다. 광화문에 도착하니 이순신 장군이 반겨주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얘기를 듣고 구호를 외친 뒤 집회는 마감되었다. 도대체 왜 행진을 막은 것이냐. 왜, 왜, 왜?

미사에서 있었던 김인국 신부님의 강론을 덧붙인다.

7년전 우리는, 그러니까 2008년 6월 우리는 바로 이 자리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아이들에게 더러운 고기를 먹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더러운 생각, 더러운 역사관을 주입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더러운 음식으로 육신을 괴롭히려던 자들이 다시 더러운 생각으로 우리의 마음을 오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강을 죽인 자들이 오늘은 우리의 얼을 죽이려고 합니다. 여러분, 그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을 우리가 어떻게 해야 겠습니까? 그냥 두었더라면 멀쩡했을 강을 건드려서 죽인 자들,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아이들이 죽어가게 가만히 있었던 자들, 살려야 할 것은 죽여 없애고, 없애야 할 것은 무럭무럭 자라게 키우는 자들, 이런 놈들을 우리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성경은 이런 자들을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부릅니다. “너희 권력을 잡은 자들아, 모태에서부터 잘못된 자들아, 나면서부터 빗나가 거짓말만 일삼는 자들아, 독사같고 살모사 같아서 누구의 목소리도 듣지 않는 너희들아, 너희가 정말 바른 탯돌을 내리느냐? 백성에게 공정한 재판을 내리느냐? 하느님, 저들의 이빨을 부수소서. 야훼여, 저 사자들의 송곳니를 부러뜨리소서.” 시편 58편의 말씀입니다.

2 thoughts on “광화문까지 행진하다

    1. 이명박 때 그 사람이 불쌍한 사람이라며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고 했던 신부님이라 뚜렷이 기억이 되는데 이번에도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말씀만으로도 독재 정권을 단숨에 무너뜨리실 것 같더군요. 매주 월요일 광화문 미사에 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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