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의 언약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1월 18일 서울 천호동에서

잎사귀 둘이 손을 잡고 언약을 한다.
우리는 대개 남자가 여자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언약을 하지만
잎은 투명한 반지를
맞잡은 손에 동시에 끼고 언약한다.
언약은 자꾸 미끄러졌으나
이내 새롭게 두 손에 채워졌다.
잎에게 비오는 날은 끝없는 언약의 날이었다.

언약이란 남자가 여자에게
보석 반지를 끼워주며
사랑을 맹세하는 것이 아니다.
언약이란 하나의 보석 반지를 둘이 끼고
서로 사랑을 맹세하는 일이다.
보석 반지를 끼는 것은
그 언약이 보석 같기 때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1월 18일 서울 천호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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