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빛을 서쪽 하늘로 몰아간다.
하늘은 양들을 구름처럼 풀어
하루 종일 배를 채워주는 푸른 풀밭이다.
양들의 걸음은 동쪽에서 시작하지만
집은 서쪽에 있음이 분명하다.
그 때문에 저녁은 해가 지는 시간이지만
서쪽 하늘은 오히려 환하다.
저녁이 집으로 돌아가는 구름의 귀가길을 위해
빛을 서쪽 하늘로 모으기 때문이다.
그때쯤 우리의 골목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저녁엔 우리 골목의 빛마저
서쪽 하늘로 거두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목의 가로등이 불을 켜고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은 항상
서쪽 하늘의 일몰과 겹친다.
일몰의 태양이 구름처럼 풀어놓았던 양들을 거두어
서쪽 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집으로 데려가고 나면
가로등이 준비한 저녁의 골목을 걸어
사람들이 환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2 thoughts on “일몰의 가로등”
동네마다 가로등 모양이 다른데, 이 동네 가로등이 제법 운치가 있네요.^^
어지러운 전선줄들이 사람 사는 동네란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저녁 해 쫓아서 아이 다니던 초등학교 쪽으로 갔더니 일몰과 가로등이 빛을 겹치더라구요. 이 동네는 이런 골목들이 많아서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