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은 월요일이었다. 월요일의 광화문에선 천주교에서 주관하는 월요 미사가 열린다. 국정화와 노동 개악에 반대하는 미사이다. 14일엔 아침부터 가는 빗발이 날렸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걱정은 괜한 우려에 불과했다.
항상 모이던 딱 그 정도의 인원이 모였다. 문득 이 인원은 날씨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고정불변의 상수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 상수에 변수가 더해져 큰 변화가 오기를 기대하는 상수일 것이다. 상수 자체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이 상수가 없다면 변수에 대한 기대는 사라지고 만다. 변수를 기대하며 언제나 일정하게 모이는 고정불변의 상수가 광화문의 월요미사 자리에서 1시간 동안 가는 빗발의 불편과 겨울 추위를 뿌리치고 내내 자리를 지켰다.
빗발 때문에 평소와는 다른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미사 집전을 위해 작은 천막을 하나치는 바람에 원래 신부님들이 입당하던 가운데 통로가 없어져 버렸다. 신부님들은 사람들의 뒤에서 양쪽으로 열을 갈라 가운데가 아니라 바깥으로 입당하셨다. 나는 홍해가 갈라지는 줄 알았다. 신부님들은 사람들을 가르지 않고 스스로를 양쪽으로 갈라 사람들의 자리를 감싸주었다. 홍해의 갈라짐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한 신부님이 영화 <검은 사제들> 이후에 겪고 있는 고충을 토로하셨다. 사람들이 왜 우리 신부님은 강동원같이 생기지 않았냐고 자꾸 항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신부님의 심각한 토로에 사람들은 모두 와하하 웃었다.
벌써 네 번째 참가이다. 다음 주에는 내복을 입고 나갈 생각이다. 불변의 상수는 다시 지켜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