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광화문집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2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광화문에 가면 광화문집에서 김치찌게를 시켜놓고 소주를 한 잔 하곤 한다. 광화문역에서 5분 거리에 있어 술마시고 지하철 타기도 아주 좋다. 광화문에 어떻게 이런 곳이 아직도 남아 있나 싶다. 광화문에선 아직 개발되지 않고 남아있는 딱 한 곳의 옛지역이라고 한다. 1층에는 몸을 비비듯이 맞댄 탁자가 몇 개 놓여있다. 더 이상 자리가 없을 듯 보이지만 2층도 있다. 좁은 통로의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어찌나 좁은지 통로에 몸이 끼는 것은 아닐까 은근 걱정이 되지만 다들 올라간다. 계단을 몇 개 밟고 올라가면 작은 다락방이 품에 안듯이 반겨준다. 다락방은 바닥에 따뜻하게 불이 들어온다. 들어가서 앉으면 마치 이거 먹으러 온 걸 다 안다는 듯이 아주머니가 “김치찌게?”하고 묻는다. 어떤 날은 마치 이거 먹으러 올걸 이미 알았다는 듯이 앉은 탁자 위에 시키지도 않았는데 김치찌게가 벌써 올려져 있기도 하다. 김치찌게를 시키고 나면 거의 정해진 세트처럼 계란 말이와 밥 한 공기, 그리고 추가 두부가 따라붙는다. 자리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온다. 그래도 갈 때마다 이상하게 자리가 있다. 사람들이 조용히 먹고는 금방 일어선다. 1차 행선지이다. 근처에 2만원에 커다란 핏처잔에 맥주를 가득 채워주고 마른 안주나 감자 튀김을 곁들여주는 맥주집이 있어 2차 행선지로 삼는다. 저렴해서 그런지 여기도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2차가 불발되면 좀 아쉽다. 1, 2차를 모두 성공적으로 거친 날은 세상이 기분좋게 휘청거린다.

2 thoughts on “광화문의 광화문집

  1. 반가운 가게네요. 노포(老鋪)라 불러줄만한 오래된 맛집이죠.
    전에 다니던 교회 근처라 한겨울에 뜨끈한 김치찌게 먹으러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맛집 방송들에도 종종 나오는 걸 보니 명성이 여전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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