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인 2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2월 23일 서울 천호동에서
 

내가 그 둘을 본 것은 동네로 들어가는 어귀의 사거리였다. 나는 직감했다. 그들이 연인이란 것을. 둘 사이의 밀착된 거리가 내게 그것을 확연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둘 사이엔 빈틈이 없었다. 연인의 사이는 항상 그렇다. 칼릴 지브란은 사랑하는 사이에도 바람이 노닐 수 있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건 사랑할 때의 둘을 모를 때나 나올 수 있는 얘기이다. 사랑할 때의 연인들은 둘의 사이에 아무 것도 두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사랑할 때의 둘은 그 빈틈을 메꿔 둘은 하나로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둘은 그렇게 걷고 있었다. 둘이나 마치 하나처럼. 그래서 나는 둘이 연인이란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거리를 건넌 뒤 내가 가려고 했던 방향을 포기하고 그들이 잘 보이는 곳으로 위치를 잡고 내 시선의 초점을 그들에게 맞추었다. 나는 사랑을 포착하고 싶었다. 내 직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둘은 동네의 어귀에서 입을 맞추었다. 그것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키스였다. 동네로 들어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할머니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파란 불에도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아이들의 키스가 끝나고 둘이 손을 잡고 걸음을 뗀 뒤에야 다음 파란 불에서 구부정한 허리를 그대로 굽힌채 길을 건넜다. 나는 할머니에게서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노년의 배려를 본 느낌이었다. 유난히 날이 푸근하고 따뜻한 날이었다. 한껏 풀린 겨울날이 연인들의 뜨거운 사랑 덕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따뜻한 겨울날의 오후에 세상의 모든 연인들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세상 연인들의 사랑이 있어 그나마 겨울이 푸근하고 따뜻하다.

2 thoughts on “젊은 연인 2

  1. 연인들의 입맞춤에 할머니뿐 아니라 순간 거리의 모든 것들이 정적을 유지하며
    눈을 감았던 게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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