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받이와 빛

Photo by Kim Dong Won
2016년 1월 9일 서울 천호동에서
 

원래는 비를 받아
한곳으로 모으는 물받이였다.
아마도 비오는 날이면
요란한 빗소리를 함께 받아내며
제법 풍족한 물줄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용도가 바뀌었다.
오늘은 비대신 빛을 받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틈새로 들어온 빛을
마치 그곳에서 기다린 듯 받아냈다.
소리는 없고 그냥 고요하다.
이 고요의 빛이 흘러내려 그늘진 세상에도
빛이 환했으면 좋았겠지만
빛은 수성은 아닌지 흐르지는 못했다.
그래도 물받이에 고인 빛이 환했다.
골목의 건물 사이에서
가끔 물받이에 빛이 환하게 고인다.
그때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환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2 thoughts on “물받이와 빛

  1. 좁다란 담벽 사이 구석진 틈 사이로 절묘하게 설치돼 있네요.
    어차피 수력 발전도 안 되니 이번엔 태양력 발전에 도전하는 건지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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