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에 가면 상원사가 있다. 오대산하면 다들 월정사를 많이 떠올리지만 상원사가 더 깊숙이 있는 절이다. 더 깊숙이는 북대사라고 하는 암자도 있다. 버스를 타고 오대산에 가면 버스가 이 상원사 밑쪽에서 걸음을 멈추고 더이상 가질 않는다. 그곳이 버스의 종점이다. 오대산에 갈 때면 나는 상원사까지 버스를 타고 들어가 상원사를 돌아보고 그 다음에는 적멸보궁에 들른 뒤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으로 향하곤 했다. 내려오는 길을 올라간 길과 달리 잡아 상왕봉과 북대사쪽으로 내려오면 처음 산으로 걸음을 시작하다 들른 상원사가 나뭇가지 사이로 한눈에 보이는 곳이 있다. 그때면 나뭇가지 사이로 상원사의 풍경이 하얗다. 마치 상원사에만 하얗게 불을 켜놓은 듯 하다. 그렇다면 눈은 때로 하얗고 부드러운 빛이다. 낮에는 햇볕을 제외하면 어떤 빛도 빛을 드러내기 어려우나 눈은 낮에도 그 빛이 환하다.
2 thoughts on “눈덮인 상원사”
산사는 이렇게 멀찍이서 한눈에 내려다 볼 때의 묘미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지나온 절을 하산길에 나무숲들 사이로 바라볼 때의 느낌은 각별하죠.
원래 등산로에선 절이 전체적으로 조망이 안되는데 북대사쪽으로 올라가는 임도에선 전체적으로 모두 보이더라구요. 강화에 있는 전등사도 서쪽의 산으로 올라갔더니 절의 상당수가 한눈에 들어오구요. 지금 서 있는 길은 오대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부분적으로 보여요. 산에선 그 길로 내려올 줄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산에서 보이던 그 길이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