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서 문자가 온다. 목동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얼른 다음 지도를 펼치고 길찾기를 한다. 다음 지도는 다음에서 제공하는 지도이자 네비게이션 서비스이다. 목동역에서 우리 동네 역까지 58분 걸린다고 나온다. 아이폰을 연다. 역까지 걸어나가야 하니 15분을 빼고 43분으로 타이머를 작동시킨다. 아이폰이 삐삐거리며 시간이 다 되었다고 알려주면 나는 일어나 역으로 나갈 것이다. 이런 자로 잰듯한 시대라니… 갑자기 나는 사이보그가 된 느낌이다. 그러나 우린 자로 잰듯이 만나서 결국은 인간을 확인하며 안도할 것이다. 나는 심지어 바깥 날씨가 유난히 춥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녀의 목도리까지 챙겼다. 그녀가 웬일이냐고 할 것이 뻔하다. 그럼 나는 인간좀 되보려고 너없는 동안 마늘만 먹었더니 이렇게 되더라라고 답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역에서 만난 그녀는 아무 의문없이 당연한 듯 목도리를 받아들었다. 나는 그녀의 의심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2 thoughts on “어떤 사이보그의 인간 찾기”
일각이 여삼추셨겠네요.^^
그 긴시간을.. 아이폰이 다 책임을 져주더구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