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목련의 꽃잎은 발자국을 닮았다. 목련은 꽃이 아니라 사실은 세상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픈 걸음의 꿈이 아닐까. 그 걸음의 꿈을 하나둘 모아 목련이 피는 것은 아닐까. 꽃으로 피어있을 때 사실은 사람들이 안보는 사이에 허공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돌아와 마치 집에 온듯 꽃을 가장하며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걸음 중에 어느 걸음이 허공을 헛디뎌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우리가 보는 것이 지상에 떨어진 꽃잎이 아닐까. 피었던 꽃이 질 때쯤 허공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허공을 잘못 디뎌 떨어진 두 개의 걸음이 서로 포개져 있었다. 많이 걸었는지 걸음이 헐어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목련이 필 때쯤 거리를 쏘다니는 내 걸음도 사실은 목련의 꽃잎처럼 아름다운 것일까. 우리는 꽃잎을 거리에 흩어놓으며 세상을 걷고 있는 것일까. 목련은 내게 그럴지도 모르니 목련이 피고 질 때쯤 정처없이 세상을 걸으라 했다. 발이 아프도록 많은 시간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2 thoughts on “목련과 걸음의 꿈”
가지에 달려 있어 고고해 보이는 것 말고, 이렇게 떨어져 땅에 구르는 걸 두고
부르는 목련찬가는 처음 보는데요.^^
도쿄는 서울보다 20일 정도는 개화가 빠른 것 같습니다. 목련은 막 지고 있더군요. 서울도 이제 목련은 핀 것 같습니다. 올해는 떨어진 꽃들을 한번 유심히 살펴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