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었다. 올해는 오랫동안 써왔던 아이맥이 이상 증세를 보여 중고로 하나 구입했다. 처음 써보는 레티나 기종이다. 원래 봄에 번역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었지만 일들이 겹쳐 이루어지지 못했다. 내년에는 어떻게든 마무리하여 출판해야 한다. 여전히 블로그 활동은 원활하게 못하고 있다. 대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놀고 있다. 그래도 한달에 사진 한장을 뽑아 블로그에서 올해를 마무리한다.
1
오후의 햇볕이 깃발을 날리며 커튼을 가로 질러 간다. 깃대도 없이 깃발을 잘도 든다. 바람도 없이 깃발을 잘도 날린다.
2
어지러운 나뭇가지 속, 새 한 마리가 앉아 마치 숨은그림찾기라도 해보라는 듯 고운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3
강화의 바닷가에서 갈대가 겨우내 끊임없이 불렀던 마른 손의 손짓을 보았다. 겨울 동안 무엇을 부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손짓 앞에 오늘은 봄기운이 서 있었다.
4
봄밤의 인천역 근처를 걷다 나무를 올려다 본다. 은행나무이다. 갓나온 잎들이 푸르다. 잠시 푸른 봄을 호흡했다.
5
남한산성의 숲이다. 잎들에 빛이 지천이다. 하지만 잎으로 새어든 빛이 아니라 손에 빛을 든 잎들이 빛을 숲에 흩어놓는 느낌이다. 마치 우리가 손에 든 빛을 세상에 흩뿌리듯이.
6
비행기가 관악산 옆을 나르고 창으로 멀리 잠실의 롯데타워가 보인다. 내가 사는 곳도 롯데타워에서 멀지 않다. 비행기는 김포로 가는데 내 마음은 어림짐작으로 내 사는 곳을 짚어보며 이미 집으로 가 있었다.
7
우리가 물을 한 잔 마신다는 것은 수많은 투명을 마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울러 투명한 삶을 살려면 오직 물만 마시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투명한 삶을 살기가 상당히 어렵다.
8
어떤 이는 비가 온다고 우산을 쓰지만 어떤 이는 비가 온다고 무지개를 펼친다.
당근이다. 딸이 카레에 넣는다고 갈았다. 색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10
나무와 나무가 입맞춘다.
11
산수유는 봄에는 작고 노란 꽃으로 가지 사이를 채우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로 가지 사이를 채운다. 두 계절의 가지 사이가 모두 예쁘다.
12
눈이 왔다. 숲의 나무들이 신난다고 춤을 추었다.
4 thoughts on “Photo 2017”
오랜만에 왔습니다.
멋진 사진에 감사합니다.
이 글 하나로 일년을 다시 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와 봤는데, 연말사진칼렌다잔치는 여전하시네요.^^
건강하시죠?
지난 해 봄에 마무리해 주기로 한 일을 아직도 마무리 못해 그걸 붙잡고 보내고 있습니다. IAMI님 소식은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계속 놀게 되네요. 항상 건강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