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Photo by Kim Dong Won

종종
분명 눈앞에 있는 그녀를 두고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기 이렇게 그대로 있는데.

어느 해 여름,
택시의 헤드라이트가 채 한뼘의 앞길밖에
보여주지 못했던 그 짙은 밤에
한내의 어느 길가에서
내가 굴려가고 있던 자전거의 뒷자리에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녀가 앉아있다.
내 허리를 손가락 두 개로 불안하게 잡았던
그녀의 수줍음을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기회를 놓칠새라
나는 자전거 핸들을 이리저리 틀었고,
나의 그 유감없는 짓궂음 앞에서
그녀는 황급히 내 허리를 부여잡아야 했다.
그때의 그 남자는 여기 그대로 있는데
그때의 그 여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4 thoughts on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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