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2018

2018년엔 4월에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흥분과 희망을 안겨준 만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정말 올해 있었던 일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집안에서 일하던 딸이 1월부터 다시 회사에 취직을 하고 출근을 시작한 해이다. 같이 사는 그녀는 창업 경진 대회에 나가 우수상을 받았다. 나는 잡지사 원고들이 여름에 몰려 그 더웠던 여름을 원고와 씨름하며 보냈다. 올해 마무리하고 싶었던 소설 번역은 올해도 마무리하질 못했다. 블로그는 잡지들이 발간되면 원고만 올리는 선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장의 뽑아 마무리하던 한해의 마지막 습관은 올해도 잊지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1월 2일 서울 천호동 우성아파트에서)

1
모두 산수유 잎이다. 갈색이지만 초록일 때 떨어졌는지 간간히 푸른빛이 살짝 돈다. 아침빛이 파고들어 이제는 바랜 색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오래되고 바랜 것에 드는 빛은 과거의 추억을 환하게 회상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2월 22일 경기도 두물머리에서)

2
고니 여섯 마리가 갑자기 머리 위의 하늘을 가로질렀다. 고니가 날기 경주에 나갔다면 부리를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이미는 선수가 1위가 될 것 같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3월 30일 서울 천호동에서)

3
아침에 마당으로 내려가 살구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겨우내 비워두었던 가지에 살구꽃이 채워져 있다. 매년 오랜 기다림 끝에 꽃을 만난다. 다소 늦거나 빠르기는 하지만 언제나 어김이 없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4월 5일 경기도 양평의 산수유 마을 개군리에서)

4
서울의 산수유가 가져오는 봄도 다 같은 줄 알았다. 아니었다. 산수유의 봄은 시골서만 제대로 온다. 시골에서 산수유를 보고 나면 서울은 진짜 꽃도 가짜같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5월 19일 서울 암사동에서)

5
풀은 오르막 계단의 수직참에 피어있었다. 그러나 나는 풀이 계단의 오르막참에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계단의 갈라진 틈을 길삼아 저 곳까지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6월 23일 서울 천호동에서)

6
붉은 능소화가 푸른 하늘을 호흡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7월 21일 경기도 퇴촌에서 )

7
논에선 벼만 자라는 것은 아니다. 논은 백로도 키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8월 12일 경기도 퇴촌의 늘보네 카페에서)

8
꼭 어둡기 때문에 불을 켜는 것은 아니다. 때로 불을 꽃처럼 장식으로 켜기도 한다. 불을 켜는 순간, 꽃이 피어나는 신비로운 세상이기도 하다. 환한 대낮이었지만 카페의 한쪽에 불이 켜져 있었다. 벽에 걸어놓은 환한 꽃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9월 22일 경기도 하남의 유니온 타워 전망대에서)

9
아파트, 그 뒤로는 보이지 않지만 한강이 있다. 아파트 바로 뒤로 보이는 산은 아차산이다. 아차산의 뒤는 북한산이다. 오늘은 북한산 위로 구름 몇 점이 떴다. 모두 붙어 있지는 않고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겹쳐서 풍경을 만든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10월 20일 서울 천호동에서)

10
버스를 기다리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 보았다. 가을이 머리맡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의 평화시장에서)

11
예쁘고 재미난 양말을 사고 싶다면 동대문의 평화시장에 가야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12월 25일 경기도 양평 구둔역 마을에서)

12
겨울의 목련 나무에서 몽우리에 담아놓은 목련의 꿈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목련 나무가 그렇게 희귀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련의 꿈이 빈틈없이 자욱한 것은 처음 보았다. 구둔역이 자리한 마을을 걷다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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