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18년 12월 22일 토요일, 광화문의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마련된 김용균 추모 문화제에 참가했다. 김용균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토요일의 광화문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집회로 어지럽다. 거리를 사이에 두고 김용균 추모 집회의 길건너편에선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친박 집회의 스피커 소리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친박 집회의 누군가가 말한다. 젊은 새끼 하나 죽은 걸 갖고 난리들이라고. 친박 집회에선 스물네살에 스러진 목숨이 하찮은 목숨으로 무시당한다.
김용균 추모제엔 더 이상 비정규직의 죽음은 없어야 한다고 마음을 모은 사람들이 집회 장소를 메우고 있다. 한 곳에선 죽음을 하찮게 여기고, 한 곳에선 이런 죽음은 없어야 한다며 이 세상에 하찮게 죽어가는 삶이 더 이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한다. 어느 곳에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한 곳에서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죽음을 어떻게 보낼 수 있으랴. 그러나 합창단은 <잘가오 그대>를 불러 죽은 사람을 보냈다. 노래는 김용균을 보내는 노래였지만 합창단은 죽은 이를 그대로 보내질 못했다. 두 번째 곡으로 합창단은 <먼 훗날>을 불렀다. 비록 멀지만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버리지 못하는 혁명의 그날에 대한 꿈이었다. 노래를 끝내고 무대를 내려오는 합창단 단원들 몇몇의 눈에 슬픔이 가득 고여 있었다.
사람이 아닌 자들의 집회와 사람들의 집회가 토요일의 광화문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었고, 이소선합창단이 사람들의 집회에서 더 이상 비정규직의 죽음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에 노래를 얹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