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2019

2019년엔 여러 가지 병을 앓았다. 여름이 막 시작될 즈음에 대상포진에 걸렸고 두 달여 병원을 다녔다. 통증이 심하게 오면 사람이 그대로 고꾸라지는 병이었다. 겨울이 시작되자 목이 아프고 자주 기침이 나는 감기가 와서 한 달여 고생을 했다. 그 뒤에는 몸의 오른쪽 엉덩이 아래쪽 부분이 아파 정형외과를 찾았다. 척추협착증이라고 했다. 매일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갈 때마다 손톱만큼씩 서서히 좋아졌다. 건강검진의 결과도 별로 좋질 않았다. 고혈압에 당뇨가 의심된다고 했다. 병원 신세지면서 노후를 보내는 삶이 시작된 것 같다.
2019년은 5년 동안 연재한 계간 문예잡지 『문예바다』의 시 계간평을 마무리했다. 2015년에 시작하여 2019년까지 매년 4번의 원고를 썼다. 모두 20편의 원고였다. 2019년엔 아울러 시 전문 계간지 『포지션』에도 매호 원고를 썼다. 계간지 두 곳에 매번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좋은 시들과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원고 마감 시간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올해는 딸이 회사에서 제주도로 워크샵을 간 기회를 이용하여 그녀와 내가 제주로 내려가 가족이 함께 제주를 여행한 좋은 시간이 있었다. 제주를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년에는 분기마다 한 번씩 내려가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올해는 또 블로그를 워드프레스로 옮기고 호스팅도 멀리 미국의 업체로 옮겼다. 저렴한 서비스를 쓰기 때문에 속도는 많이 느려졌다. 한 달에 하나씩의 사진을 뽑아 올해를 마무리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1월 24일 서울 천호동에서)

1
밤에 가로등이 밝혀주는 나뭇가지는 꼭 나무의 뿌리 같기도 하다. 우리는 어두운 땅속으로 이렇게 뿌리를 뻗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2월 15일 서울 천호동에서)

2
어렸을 적 강원도 살 때는 정말 눈이 많이 내렸다. 동네 산에 올라가면 허리까지 빠지는 곳도 있었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조금 나가다 보면 혹시 뒤돌아가지 못할까 덜컥 겁이 나서 얼마가질 못하고 곧바로 뒤로 돌아서기도 했었다. 요즘은 그런 눈은 거의 보지 못했다. 눈도 귀해졌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3월 22일 서울 천호동에서)

3
나무 밑에서 산수유꽃을 올려다본다. 하늘에 점점이 꽃을 수놓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4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4
갓나온 느티나무 잎보다 더 예쁜 연두가 있을까. 그것도 우르르 몰려나와 반짝반짝 거린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5월 24일 서울 지하철에서)

5
여의도역에서 집에 가는 지하철을 탔다. 타자마자 앉았다. 1시간 가량 걸린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틀었다. 음악이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6월 21일 제주에서)

6
점점이 떠 있는 구름 위를 날아 제주에 갔다. 제주에 도착하니 땅 위로 비닐하우스가 구름처럼 떠 있었다. 제주는 그냥 섬이 아니다. 구름이 비닐하우스를 짓고 땅에 정착한 섬이 제주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7월 26일 서울 천호동에서 )

7
가끔 빗줄기가 작은 호수를 데리고 아파트의 화분을 찾아온다. 화분이 얼마나 예쁜지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8월 1일 서울 천호동에서)

8
가끔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빗방울은 말할 수 없이 맑은데 그 맑은 빗방울이 수없이 내리는 날, 날이 흐리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9월 13일 서울 광장동 한강변에서)

9
담쟁이라고 하면 안될 것 같았다. 담쟁이 나무라고 해야할 것 같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10월 26일 서울 천호동에서)

10
가을은 와서 우리의 머리맡에서 찰랑거린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11월 13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11
직박구리 한 마리, 잎을 거의 다 떨어뜨린 나무에 앉아 노래한다. 잎들이 있던 빈자리에 노래가 가득찬다. 노래를 다 채운 후에는 다른 나무로 날아갔다. 그 나무도 노래를 기다리며 가지를 비워놓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12월 28일 서울 천호동 한강변에서)

12
강에선 온통 물결만이 놀고 있었다. 오리 두 마리가 물결을 타며 같이 놀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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