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느낌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두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푸근함이다.
내가 궁금한 것은 밤의 푸근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나는 그것이 사라짐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종종 드러내고 싶은 한편으로,
또 사라지고 싶은 것이 아닐까.
드러내고자 할 때 우리는 피곤해진다.
한낮엔 숨길 것이 없으며,
숨길 것이 없다는 것은 많은 피로를 강요한다.
가끔 체리 필터의 노래에 나오는 가사처럼
길을 걷고 또 걷다가
그 길위에서 사라지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드러냄과 사라짐의 이중적 욕망 앞에서
밤은 사라짐의 편이다.
그러나 그 점에서 보면 서울의 밤은 밤이 아니다.
어둠도 감히 서울의 밤을 범접하지 못한다.
서울의 밤은 사라지는 밤이 아니라
또다른 드러냄의 시간이다.
그래서 서울에선 밤도 피곤하다.
팔당대교에서 바라본 밤의 서울은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밤이 동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