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선재는 그의 시 「부정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양달을 깔고 앉은 한때는 응달이 되고
—「부정사」 부분
양달은 햇볕이 잘 드는 장소이다. 장소는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장소보다 시간에 주목하기는 쉽지 않다. 장소는 보이지만 시간은 잘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장소에 주목하면 어느 한 장소에 햇볕이 들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늘이 진다. 그러나 시간에 주목하면 양달에서 “양달을 깔고 앉은 한때”가 보이며, 시간이 지나면 시간은 깔고 앉았던 자리를 ‘응달’로 바꾼다. 어떤 장소가 양달에서 음달로 바뀌는 것과 시간이 깔고 앉았던 자리를 양달에서 응달로 바꾸는 것은 겉으로는 똑같지만 느낌은 완연히 다르다. 시인은 똑같은 장소에서 다른 느낌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
(2018년 11월 29일)
(인용한 시구절은 김선재 시집, 『목성에서의 하루』, 문학과지성사, 2018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