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2020

2020년엔 당뇨약과 고혈압약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이 몸에 맞질 않아 많은 고생을 했다. 일단 잘 걷질 못했다. 100보 정도만 걸어도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다. 동네 산보를 나갔다가도 그냥 서서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다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당뇨약이 문제인 듯하여 당뇨약을 끊어보았더니 몸상태가 크게 호전되었다. 한달 정도 약을 끊었다가 다시 먹기 시작했다. 약이 달라졌는지 이번에는 몸에 잘 맞았다. 그 뒤로 몸이 괜찮아졌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여행이 어려운 시기였다. 어디 멀리간 기억이 없다. 책을 하나 써주기로 했지만 진도가 잘 나가질 않아 년말까지 붙들고 있다. 딸도 코로나로 인하여 재택근무하며 집에서 일하는 날이 많아졌다. 내년에는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도 거의 만나질 못했다. 약속을 하고 나면 확진자가 쏟아져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를 보고 싶다며 동네로 찾아온 사람들을 동네서 만났다. 아는 이들의 자녀들이 결혼을 했지만 가보지 못했다. 약속이 취소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이런 모든 일들이 올 한해로 끝났으면 싶다.
한 달에 한 장의 사진을 뽑아 올해를 마무리한다. 거의 동네에서 찍은 사진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1월 20일 서울 천호동 한강변에서)

1
가로등이 켜지자 산책로의 저편으로 별이 떴다. 걸어서 별의 세상으로 갈 수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2월 1일 경기도 두물머리에서)

2
철지난 연밭처럼 무참하게 보이는 폐허가 또 있을까. 그러나 초여름을 시작으로 이곳에서 생명이 다시 무성해지기 시작한다. 동물들은 넘볼 수 없는 식물의 경이로움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3월 15일 서울 암사동에서)

3
목련이 피었다는 것은 산수유와 매화가 먼저 나가 마중한 봄이 이제 우리 곁으로 한층 더 가까이 왔다는 뜻이다. 목련은 탐스런 봄맞이에 나선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4월 1일 서울 암사동에서)

4
조명발은 중요하다. 햇볕보다 더 예쁘게 벚꽃을 치장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5월 21일 서울 암사동에서)

5
잎은 식물들의 숟가락이다. 햇볕을 퍼먹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6월 29일 경기도 두물머리에서)

6
세상의 모든 춤이 동적이진 않다. 정적인 춤도 있다. 멈춰있으나 춤이다. 연꽃의 춤이 그렇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7월 23일 밤버스 속에서 )

7
비오는 날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비오는 날에는 밤버스의 차창으로 물방울별이 빼곡히 뜬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8월 23일 경기도 팔당의 한강변에서)

8
비행기 한 대가 꼬리를 치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9월 5일 강원도 속초에서)

9
누가 하늘에 불을 질렀는가.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10월 26일 서울 천호동에서)

10
느티나무가 온통 붉었다. 가을이 깊어졌다는 신호였다. 나무의 가을은 색으로 깊어진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11월 18일 서울 천호동에서)

11
은행잎들은 차를 재촉했다. 어디 가을 좋은 곳으로 가자고. 하지만 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바로 차가 서 있는 곳이 가장 가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12월 13일 서울 천호동에서)

12
철쭉의 꽃은 오래 전에 졌다. 그러나 눈이 오자 화단의 철쭉에 온통 꽃이 가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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