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피었다. 매실나무의 꽃이다. 꽃은 매실나무의 생명이 된다. 꽃이 필 때 우리가 드디어 생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무는 죽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우리는 매화가 필 때 마치 죽었던 나무가 다시 살아난 듯 기뻐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겨울을 견딘 것은 나무의 줄기와 가지이다. 죽은 듯이 겨울을 건넜지만 줄기와 가지는 그 겨울동안 죽음을 견뎌내고 이겨냈다. 그 힘이 있어 겨울을 견뎠기에 봄날의 매화가 피게 된다. 매화는 가장 먼저 피는 봄꽃이다. 아직 대기 중에 냉기가 섞여있어 날이 겨울과 봄을 오고가며 기온의 널뛰기를 할 때 매화가 핀다. 그 때문에 나는 매화가 대기 중의 쌀쌀한 공기 중에서 봄기운을 골라내는 아가미를 가진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물고기가 우리는 골라내지 못하는 공기 방울을 물속에서 골라내 호흡하듯이 매화도 대기중에서 봄의 알갱이를 골라내 호흡하면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우리는 꽃이 피면, 또 잎이 나면 나무가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줄기와 가지만 가진 나무는 죽은 나무이다. 겨울을 이겨내는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줄기와 가지는 생명이 되지 못한다. 나무의 생명은 작고 여린 꽃과 잎이 가져다준다. 생명은 힘에서 오지 않는다. 생명은 꽃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올해도 매화가 생명의 여정을 시작했다.